박완서
총평: 박완서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책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유명한 작가라 높은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너무 큰 기대였는지 나에게는 작가의 문체나 글투가 어렵게만 느껴졌다. 에세이라서 작가가 과거에 겪었던 사건에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써 놓은 글들을 읽어 내려가는데 전혀 공감이 가지 않거나 아예 알지도 못하는(서울의 예전풍경, 동네이름이나 옛 지리 같은 것들) 내용들이 많아서 글에 집중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1931년생이시고 2011년에 돌아가신 것으로 나왔다. 너무 큰 세대의 차이가 느껴졌다. 작가님께서 돌아가셨을 당시의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나이였다.
내가 아직 경험과 식견이 부족한 관계로 책의 내용 중 절반이상이 거의 공감이 안 가서 읽는 동안 재미를 찾지 못하고 괴로웠는데 공감할 수 있는 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돌아가신 남편이 살아생전에 매우 좋아했던 식당을 돌아가시기 직전에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이 돌아가셨다. 배우자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작가를 한 지인이 위로한다고 그 식당엘 데려갔었는데 남편에 대한 마지막 추억이 떠올라 입맛이 없고 토할 것처럼 불편한 기분에 혼났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이나 더 흘러 우연히 친한 동료와 다시 그 식당에 가게 되었는데 식욕이 느껴지면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신을 보며 이제 건강하게 슬픔에서 치유되었음을 느꼈다고 했다. 그 에피소드의 제목을 '시간은 신이었을까'라고 지으신 것에 크게 공감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멈춰있지 않고 늘 흐른다. 서서히 모든 시련을 결국 아물게 하고 또한 망각이라는 축복으로 선명한 아픔을 이길 힘을 주니까.
기억에 남는 문장:죽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살았다 할 것인가.
남편을 떠나보낸 고통이 순하게 치유된 자신을 느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 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이제부터 격주 화요일마다 북클럽 모임에 참여하든 못하든 이렇게 읽은 책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동기를 부여해 주신 북클럽 멤버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