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결혼생활을 뒤돌아보면 내가 힘들게 쌓아놓으면 남편이 무너뜨리는 것의 연속이었다.
나도 참 병신 같았다.
그게 여러 번 반복되면 그냥 도망치던지
쌓지 말고 지키지도 말고 남편처럼
나도 발로 차고 무너뜨리면서 내 마음대로
살면 될 텐데 그렇게 살지도 못했다.
태생이 쫄보에 모범생이었다.
나는 틀 안에서 선을 지키면서 사는 것에
안정을 느꼈는데 남편은 대단한 활동가에 모험가였다.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고 규칙을 깨버리는 사람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대출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빚독촉에도 나는 가정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다.
결혼 전부터 맞벌이로 쉬지 않고 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집에 돈이 없어 애들 유치원비가 밀리게 될 때면 피가 말랐다.
내가 기댈 곳이 간절히 필요했을 때 남편은 집에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다. 문제가 자기 선에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을 때에야
흙빛을 한 얼굴로 나를 찾았다.
"여보..."
남편에게 한바탕 악다구니를 지르고 욕을 퍼부었다.
몰래 대출ㅡ고백ㅡ개싸움ㅡ빚 갚아나가기
이 패턴을 몇 번이나 반복했던 걸까??
이혼은 내 인생에 없어야 할 가장 극한의 두려움이었고 이혼보다 남편의 빚을 갚는 게 더 쉬운 선택이었던 나는 남편의 뒤치다꺼리하는 사람으로 역할이 정해졌다. 그게 도박빚이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나는 절대 갚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전혀 몰랐을 수가 있는지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외도가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래도 나는 애들이 아빠가 없으면 불행해질 거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부부로서 정서적으로는 이미 이혼상태였다.
자동차를 담보 잡아 또 빚을 지고
그걸 못 갚아 차가 넘어가고
그리고도 또 대출, 대출...
마지막 일수 세 건에서 내 인내심이 끊어졌다.
나는 남편의 엄마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이 인간을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다. 합의이혼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게 4년 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