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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상담선생님을 만나다

엠비티아이 쌉T였던 그분...

by 슬기

남편이 다니는 심리상담실 선생님이랑

상담약속을 잡았다.

내가 너무 불안해하고 힘들어해서

남편이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이번 상담시간은 아내의 상태를

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나는 예약날짜를 확인하고 그날만을 기다렸다.

기대가 굉장히 컸다.


나는 그 선생님을 만나기만 하면

나의 미칠듯한 불안과 숨이 안 쉬어지는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행복한 상상으로 부풀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고 나는 꿈에 그리던

내 문제를 말끔히 없애주실 그 분과 대면했다.

"말씀해 보시겠어요?"

갑자기 울컥했다.

몇 년째 도박빚을 갚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어이없는 빚이 또 생긴 것이 너무 힘들고

앞날이 깜깜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편을 사랑하고 혼자는 못 살겠고

아빠 없는 애들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혼은 못 하겠고 숨이 안 쉬어지고

가장으로서 존경이 전혀 없어져서

비난도 쏟아내고 막말이 자주 나와요.


선생님의 말씀

아직 오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느라

오늘에, 지금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피드백

그게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피드백

안 되는 일을 통제하려 해서 더 힘들다는 피드백

안 되는 거에 좌절해야 한다는 피드백


하...

이게 상담이냐???

내 편 안 들어준다고?????

내 기분이 더 낮아질 수 없게 내리 꽂히더라

니 기분 니가 통제해

니가 잘해도 걔는 도박해

그거 알고 살아

알거든요 예 알아요

저도 다 아는데 안 되는 거거든요

피드백 말고 공감이요 선생님

하......ㅎㅎㅎㅎㅎㅎ

예..... 저도 알아요

예 저도 알거든요ㅜㅜ

근데 진짜 시발 미치겠거든요...

슨생님 자기 인생 아니라고 쉽냐고ㅜㅜ

나도 그냥 아니다 싶으면 딱 잘라내고 싶다고!

아닌 게 아니라서 미치겠다고.......


나는 단순한 게 좋다.

그렇게 살아왔다.

너무 좋아하는 것도 너무 싫은 것도 없다.

그냥 무난한 삶. 친구도 별로 없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

그건 내 친구가 아니다.


내가 힘든 부분이 이거다.

결혼생활 내내 쌓아놓으면 무너뜨리는

암적인 남편을 쌩까지 못하는 거.


내가 아직 덜 큰 걸까???

내가 아직 뭘 모르는 걸까???

내가 이 지경인데도 아직 남편을

계속 사랑하는 상태라

메타인지가 안 되는 걸까??

하..... 나도 너무 미치겠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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