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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민 Sep 28. 2019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오락거리라곤 고난도 스턴트뿐.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하 로그네이션)에서 인물들은 입을 모아 에단 헌트의 결점을 지적했다. 그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대의를 위해 소수를 포기하지 않고, 모두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한다는 점이었다. 악역인 솔로몬 레인은 에단 헌트의 승부사 기질을 이용하여 함정을 파고 그를 위기에 몰아넣으려 했지만, 에단 헌트와 그의 동료들은 놀라운 기지로 솔로몬 레인을 제압하고 세상을 구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은 에단 헌트의 승부사 기질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던 <로그네이션>의 맥을 이어간다. 이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에단 헌트의 두 가지 딜레마를 제시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에단 헌트는 한적한 곳에서 줄리아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이 결혼식을 주선하는 사람은 전작의 악역이었던 솔로몬 레인이다. 헌트가 아내를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하자, 솔로몬 레인은 요원으로서의 신분을 숨긴 채 결혼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냐며 헌트를 질타하기 시작한다. 곧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 헌트와 줄리아는 사망하고 헌트는 자신의 딜레마가 구현된 꿈에서 깨어난다. 그 후 헌트는 늘 그래왔듯 세계를 구할 임무에 투입되는데, 이 임무에서 헌트는 동료의 목숨을 구하느라 핵무기를 탈취 당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 오프닝 시퀀스에는 두가지 딜레마가 제시되어 있다. 첫째는 세상을 구하는 과정에서 헌트가 주변 사람에게 소홀해지는 점에 대한 딜레마다. 헌트가 임무에 투입되면서 줄리아는 그와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는 첩보 요원의 아내로서 평생 테러리스트의 눈을 피해 숨어서 살게 되었다. 두 번째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수백 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에단 헌트의 기질에 대한 딜레마다. 이 딜레마는 <다크나이트>나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를 비롯해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다뤄온 고전적인 주제다.
 
그러나 <폴아웃>은 사실 이러한 딜레마를 깊게 다루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 종국에 에단 헌트와 그의 동료들은 늘 그래왔듯이 모든 딜레마를 말끔하게 해결한다. 에단 헌트는 아내에게 소홀한 자신을 늘 책망했지만, 아내는 종반부에 에단 헌트를 만났을 때 헌트와 결혼하여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행복했다고 고백한다. 또한, 에단 헌트는 아내를 만난 후 보란 듯이 폭탄을 해체하여 세상을 구한다.
(이 영화에선 무고한 시민이 단 한 명도 죽지 않는다.)
<폴아웃>은 에단 헌트의 무모한 성향으로 인한 파국을 그려내지 않고, 시종일관 에단 헌트의 성향이 옳다고 설파한다. 가령 에단 헌트가 임무에 투입되는 장면에서 IMF의 국장은 단 한 명도 버리지 않는 에단 헌트의 성향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워커가 헌트를 배신하는 시퀀스에서 CIA의 국장은 워커와 IMF를 전부 믿을 수 없게 되자 그들을 모두 배제하려 드는데, 악랄하게 비치는 CIA의 이 태도는 그동안 그려졌던 에단 헌트의 행보와는 상반된 것이다. 에단 헌트는 설정상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정작 에단 헌트를 그려내는 연출에는 불안감이 추호도 없다.
  
요컨대 에단 헌트의 고뇌는 그저 인물의 불안을 조성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소재에 불과하다. <폴아웃>은 풍성한 서사를 다루는 것보다 등장인물의 비범한 액션을 다양한 구도로 공들여 찍는 데에 열중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알아야 할 임무의 맥락은 전부 설명 조의 대사로 때우고, 시종일관 위기의 고조와 완화의 타이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액션과 과감한 스턴트로 관객들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우아한 리듬의 편집과 인물의 액션을 주의 깊게 전시하는 숏으로 무장된 이 영화의 액션 시퀀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러나 <폴아웃>은 종종 스스로가 제시한 위기의 서사를 비웃듯이 간단히 일축하곤 한다. 이 영화의 서사에는 일말의 긴장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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