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하는 다정

다정함도 침묵이 있다. 함구는 무심이 아니라 마음의 언어다.

by 수정

다정함에도 여러 결이 있다.

성질로 본다면 ‘발산’과 ‘수렴’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다정은 대부분 발산하는 다정이다.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챙겨주며,

상대가 느낄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형태로 흘러나오는 다정함.

그런 다정은 따뜻하고 직관적이라서,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데워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수렴하는 다정도 있다.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다정이다.

함께 있어도 조용히 곁에서 묵묵히 바라봐 주며,

때로는 말 한마디보다 침묵으로 더 큰 위로를 건네는 사람.

보여주지 않아도, 인색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주는 다정 말이다.

누군가의 불안이나 고단함을 굳이 말로 끄집어내 확인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옆에서 함께 머물러 주는 것.

그건 함구하지만 결코 무심하지 않은 마음이다.

나는 상대에게 바라는 다정은 발산하는 다정에 가깝다.

눈에 보이고, 행동으로 느껴지는 다정함.

하지만 내가 건네는 다정은 조금 다르다.

내 다정은 함구하는 다정에 가깝다.

조용히 곁을 지키고, 말없이 응원하며,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다정에도 소리가 있다면,

아마 나의 다정은 아주 작은 숨결처럼 들릴 것이다.

크게 울리진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온기로 남는..

그런 함구하는 다정 말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말보다 표정이 먼저 전해주는 온기들이 있어서 금세 눈치를 챈다.

표정에 담긴 미세한 온도를 알아차릴 수 있을 때, 그게 진짜 다정의 시작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진 이 섬세한 다정함으로 미묘한 따뜻함을 전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삶 속에서 조용히 머무는 다정이 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기, 그게 진짜 다정의 힘이 아닐까.

오늘도 누군가의 곁에서 말없이 빛나는 마음으로, 그렇게 다정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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