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삶 속에서 나를 드러내는 한 순간

존재는 흔적을 남기지 않아도 실패하지 않는다

by 수정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단 하나의 의식이 깨어 있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수면은

마치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전체 같고,

그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저 파도는

수면 위로 잠시 올라와 호흡하고 있는 ‘나’의 생각, 혹은 순간의 결심처럼 보인다.


이 한 줄기 파도는

소리치지도, 어딘가로부터 밀려오지도 않는다.

그저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태도가 지금의 나를 닮았다.


세상에 맞서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잠시라도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단단하고 강하다.


우리는 흔히

의미 있는 삶은 무조건 커야 한다고 믿는다.

부와 명예, 건강과 행복, 가족과 집이 갖춰진 삶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의미는

규모가 아니라 밀도다.


아무도 보지 못해도,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감정이라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 순간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냈다면

그 존재는 실패도, 증명도 아닌

그저 살아있었기에 진실하고 평온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바다이려 애쓰다가

사실은 파도일 때 가장 진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파도와 같은 그 한 번의 일렁임이면,

내 삶은 이미 충분히 다녀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