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픔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

오래 슬퍼하지 않는 사람

by 수정


나는 성인 ADHD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집중의 결핍이라고 부른다. 하나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상태, 생각이 분산되고 감정이 쉽게 이동하는 기질.


오랫동안 나는 이것을 단점으로만 여겨왔다.

왜 나는 한 가지에 깊게 잠기지 못할까.

왜 나는 남들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머물지 못할까.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우울에도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슬픔이 찾아오면 잠시 멈칫하지만, 생각은 곧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자책이 고개를 들면 금세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한다.

나는 감정에 오래 체류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것은 결핍이 아니라 구조일지도 모른다.

나는 침체에 정착하지 않는 사람이다.

무언가에 오래 묶이지 못하는 성향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물론 이 기질은 여전히 나를 곤란하게 한다.

동시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쉽게 흩어지는 집중력, 끝맺지 못한 일들.

그러나 동시에 나는 회복이 빠르다.

감정의 늪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하나를 붙들지 못하는 기질이

어쩌면 나를 계속 앞으로 밀어내는 힘이 된다.


나는 내 성향을 병으로만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

흩어짐을 확장성으로,

빠른 전환을 회복력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오래 슬퍼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사실이 조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