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어지러지는 순간의 진짜 시작
방 안이 어지러워진 날이 있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종이들이 바닥에 흩어지고
커튼은 길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무심코 바람을 탓했다.
오늘 바람이 참 거칠다고.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바람은 그저 지나갔을 뿐이라는 것을.
이 방에 바람이 들어온 이유는
내가 창문을 열어 두었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우리는 종종
어지러진 삶의 이유를
환경이나 타인, 혹은 운 탓으로 돌리곤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
어긋난 관계,
흐트러진 마음.
그 모든 것이 마치
어딘가에서 갑자기 들이친 바람 때문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조용히 생각해 보면
그 바람이 들어올 수 있었던 틈이
어디엔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내렸던 작은 선택,
가볍게 넘겼던 직감,
열어 두었던 마음의 문.
그 틈 사이로
바람은 언제나 들어온다.
그래서 이제는
어지러진 방을 보며 바람을 탓하지 않으려 한다.
바람은 막을 수 없는 것이지만
창문을 여닫는 일만큼은
여전히 내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삶이 흐트러졌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잠시 멈춰 서서
창문을 바라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창문을 열어 두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