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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욱 Dec 03. 2023

가스라이팅과 따돌림 종합세트를 받다 : 은행원(2)

#직장 따돌림



“쑤욱, 이리 와봐”


점심을 먹고 나오니 한 언니가 나를 불렀다. 내가 근무했던 은행 지점 안에는 식당이 따로 있었다. 밥을 해주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직접 만들어 주는 밥을 은행 안에서 먹을 수 있었다. 은행은 점심시간 때 교대로 밥을 먹었다. 은행이 힘든 일 중 하나가 여유 있게 점심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초는 밥만 먹으면 바로 자리로 복귀해야 했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없었다. 내가 늦게 가면 다른 직원들이 그만큼 일을 해야 했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참이었다. 나를 부른 언니를 따라가 보니 여직원들 넷다섯 명이 쭉 앉아있었다. 나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심상치 않았다. 


'뭐지? 왜 나를 부른 거지?'


내가 그들 앞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디씩 했다

 

“너 전에 이 언니한테 반말했다면서?”

“나도 쑤욱이 반말하는 것 들었어.”

"어떻게 반말을 할 수가 있지?"

“언니한테 버릇없이 왜 반말이야?”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내가 언제 반말을 했는지를 떠올려 보았지만 기억이 나는 일은 없었다. 


“저.... 반말한 적 없는데요...”


하지만 모두들 내 얘기를 들을 생각은 애당초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모두가 나를 대역죄인처럼 몰아붙였다. 그러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들 웃으며 업무에 복귀하러 갔다.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억울함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신입사원이 어떻게 반말을 한다 말인가?  행여 말실수라도 할까 봐 오히려 말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일을 돌이켜보니 말이 없는 점이 집단 따돌림의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건방지다', '잘난 척한다.'였고 이것이 직장 내 따돌림까지 이어졌다. 


더욱 나를 충격에 몰아넣은 것은 그 후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은행은 점심시간에 오래 시간을 비울 수 없다고 앞에 썼듯이,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 늦게 돌아왔다고 또 책잡히는 것이 싫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충격이 너무 컸지만, 나는 바로 일해야 했다. 화장실에 가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울어서 내 눈은 퉁퉁 붓고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식당은 3층이었고, 은행은 1층이었다. 계단으로 내려갔을 때 모든 직원들이 내 얼굴을 보았다. 


"재 얼굴이 왜 저래?"

"크크크 우리한테 혼났어."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보였다.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모두가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다. 


몇십 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비웃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모멸감과 치욕, 억울함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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