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글쓰기

by 햇살정아

얼마 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었다.


나르치스는 지성과 신앙으로 뭉쳐 있고 확신과 용기에 차 있는 사나이며 스스로 책임질 줄 하는 지도자이다. 그에 반해 골드문트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마음이 이끄는 데로 어떠한 계산과 조건 없이 감각적으로 삶을 사랑하는 남자. 지금 눈앞의 것을 사랑하고, 언제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것을 사랑하며 방랑 생활을 한다. 또 그렇게 살아온 다양한 경험과 감각이 예술작품을 창조하는데 원천이 된다.


어렸을 적에는 라면만 먹고살아도, 손가락만 빨고 살아도 '사랑'만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엄마는 '큰 일 날 소리'라며 펄쩍 뛰셨지만 그때는 그렇게 믿고 살았다. 아이 둘을 낳고 살다 보니 엄마의 따가운 눈초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금세 알게 되었다. 어느새 나의 마음은 세상의 때가 묻어가고 낭만적 사랑보다는 현실에 타협하며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이십 대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랑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젠 사랑이란 단어보다 편안함과 익숙함에 오히려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였을까? 골드문트의 지칠지 모르는 구애와 애정행각, 그의 열정과 사랑이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설렘으로 심쿵했다.


나는 골드문트가 사랑한 방식처럼 사랑에 깊이 빠져보고 싶다. 사람이 아닌 글쓰기와!

시기, 질투, 불안, 비교, 좌절.... 이런 감정들을 쏙 빼고 순수한 사랑만을 간직한 채 말이다.


조건 없이 마음껏 즐기고 자유롭게 방황하고 싶다. 앞뒤 생각 없이 쓰고 싶은 것을 쓴다. 때론 감정쓰레기통처럼, 때론 말랑말랑한 러브레터처럼 마음껏 내 마음을 표출하고 싶다. 심심하고 단순한 단편영화 속 주인공 같았던 내 삶도 재밌게 끄집어낼 수 있는 나만의 언어와 사랑에 빠지며 더욱 내가 되어간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기보단 내가 쓴 글에 혼자 자아도취되어 감탄하고 싶다. 내가 쓰는 것에 대한 본질을 스스로 파악하고 , 글쓰기와 밀당을 나누다 결국 '쓰기'란 녀석과 사랑에 빠져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상상을 해본다. 골드문트가 '성모 마리아상'을 만들어낸 것처럼, 끝내 모든 경험과 감각에 영혼이 깃든 대작을 만들어 낸다.



덧)

사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미 나는 '글쓰기' 사랑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별다르게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지금처럼 하면 되는 것이다.

언제가부터 기-승-전-글쓰기가 되어버린 나의 삶!

오늘도 골드문트의 사랑법을 생각하다 글쓰기의 사랑을 또다시 이곳에 고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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