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길고 긴 겨울 방학을 준비하는 부지런한 엄마들로부터 벌써 몇 달 전부터 아이와 한달살이를 계획하거나 혹은 해외여행을 예약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매일매일이 불난 집에 불 끄기 바빴던 나는 여행 계획은커녕 아이들 저녁밥도 겨우 챙겨 주었다. 문득 아이들과 나의 새털 같은 시간이 의미없이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번뜩 머릿속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전업맘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시간활용이다. 난 언제나 이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였고 알차게 활용하였다. '전업맘이니깐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고, 아이들과 마음껏 누리고 싶었다.
학원 대신 산책을 선택했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호수공원을 걷고 또 걸었다.. 낄낄거리며 하루의 일과를 조잘되는 시간, 사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우리들의 다정한 관계는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때론 떡볶이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달콤한 시간도 보냈다. 평일에 있는 도서관 수업이나 생태수업 라이딩도 전혀 힘들거나 피곤하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틈새 시간을 통해 소복이 쌓아가는 따스움에 행복감을 느꼈다.
그랬던 내가!! 올해 들어서 '나 키우기'에 홀딱 정신이 빠져 아이들과의 관계가 민숭민숭 해졌다.
어느새 목소리는 걸걸해지고 행동은 능글맞아진 아들내미가 눈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미 엄마 몸무게를 훨씬 넘어선 덩치 큰 아들과 꼭 이번 겨울방학 때는 색다른 추억 쌓기를 하고 싶어졌다. 금세 무엇이든 귀차니즘에 빠질 것 같은 사춘기를 목전에 앞두고 있기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은 필리핀 '보홀' 여행이다.
보홀은 제주도의 2.2배만 한 크기의 섬이다. 7,000여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 열도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세부와 멀지 않다. 필리핀이 자랑하는 다이빙 성지이고, 대표적인 생태 여행지다. 그동안 세부나 보라카이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팬데믹 이후 급부상했다. 지금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핫한 여행지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된다. 오래전 '보라카이의 눈물'처럼 보홀도 수많은 관광객들의 손을 타서 쉽게 망가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다.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을 것이고, 내가 알 정도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텐데.... 사진으로 보면 황홀한 그 여행지가 망가질까 봐 걱정이 앞선다.
사람들이 많다는 뜻은 '여행자의 입맛'에 따라 변형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보홀을 다녀오라는 어느 문구를 읽으면서 가슴 한 편이 저릿해졌다. 빛과 그림자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노력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두의 힘으로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비나이다, 비나이다 필리핀 대통령님께 비나이다~~
부디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살펴주시기 바라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자연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관광객을 제한을 두고 맞이하시길 바라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엄격히 지킬 수 있도록 규제를 만드셔서
자연환경 보존에 힘써주시길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