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김장김치의 후유증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 산골짜기에서 250포기의 김장김치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2박 3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긴 하였지만.....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있다. 바로 잔반처리!!!!
매년 김장김치의 품앗이를 함께 나누었던 '프로 살림러' 두 분의 이모할머니가 계시지 않은 빈자리가 금세 표시가 났다. 재료의 양을 가늠하지 못해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눈물 콧물 빼가며 쪽파를 무한정 까고 썰었다. 오 마이갓~~ 미련한 건지 무식한 건지 엄청난 쪽파를 남겼다. 투명 비닐봉지 한가득씩 네 봉지나~~
이모, 외숙모, 올케 할 것없이 각자의 집으로 소분되었다.
얼마나 꾹꾹 눌러 담았는지.
하루도 채 안된 쪽파무리들이 얼기고 설겨 조금씩 물러 있었다. 갑자기 내 마음은 분주해진다.
내 손으로 직접 까고 썰지 않았다면 보나 마나 대충 냉장고에 처박아 두었다가 물러터진 쪽파더미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역시 무엇이든 내가 직접 겪어봐야 함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쪽파해물파전을 할까? 어떤 것을 해볼까?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요리에 창의력은 1도 없는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모든 음식에 쪽파를 듬뿍 때려 박기!
떡라면에도 듬뿍,
계란말이에도 듬뿍,
떡볶이에도 듬뿍,
라면에도 듬뿍,
간장양념에도 듬뿍,
된장찌개에도 김치찌개에도 듬뿍듬뿍!!
...
쪽파로 꼼꼼히 채워진 냄비들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쪽파는 몸에 좋으니깐, 많이 먹어도 괜찮아~ 이건 헬씨푸드야!'
평범한 음식들위에 올려진 초록 쪽파의 향연 덕분에 모든 음식들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특히 라면을 끓일 때 쪽파를 듬뿍 넣다 보니 (현재 한약 먹고 있는 내 몸에게) 약간의 죄책감도 씻겨지는 듯했다.
이삼일은 음식메뉴에 쪽파가 수식어처럼 따라붙었다. 이것은 쪽파요리인가? 헷갈릴 정도로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먹돌이 먹순이 아이들에게도 드디어 한계가 도달했다. 쉴 새 없이 파를 건져내던 아이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더 이상 못 건져내~ 파가 너무 많아 입에서 씹으면 미끄덩 거려"
역시 뭐든 적당해야 했다. 어떻게든 쪽파를 다 먹고 싶었지만 끝까지 우리의 뱃속으로 채우지 못했다.
결국 진물을 흘리며 시름시름 앓는 쪽파를 음침한 저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나름 뿌듯했다.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한 내가 어느새 주부 9단 아닌 한 5단쯤은 성장한 느낌이라...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