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존재'

베르나르 베르베르 에포케, 판단중지!!!!!!

by 햇살정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강의를 우연찮게 들었다.

선한 이미지에 강의 내내 자연스레 스며있는 웃음끼 있는 표정이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했다.


자신은 글을 쓰는 자체가 즐거움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행복을 찾는다는 이야기. 남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누군가든 나 자신이든 판단에 얽매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일단은 써라, 그러면 존재하느니.


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라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는 '키메라의 땅'을 발간하면서 이미 쓴 것에 대한 수정없이 10번이나 내리썼다고 한다.


정말 굉장한 일이다. 내가 쓴 글을, 그것도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어떻게 10번이나....


그분의 선한 표정에 반하고, 포기 없는 꾸준함에 또 한 번 반하고.


그래서 나는,

나는....

나는....

다시 브런치로 넘어왔다.


그래, 뭐라도 적자. 그러면 어쨌든 존재한다잖아?!



손 놓은지 언제인지도 모를 글쓰기는

늘 쓰고 싶다는 열망만 가득했다.


언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 시간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나는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사람처럼 되어갔다.


점점 용기 내지 못했다.


나도 무라카미하루키처럼 하와이에 가서 달리기 하다 쉬다 글 쓰다 때론 맥주도 마시고...

이런 상상만 머릿속에 테트리스처럼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했다.


먼 훗날 언젠가 다시 쓰겠지, 그런 날이 오겠지.

라고 바보 같은 생각만 하였다.


지금, 당장. 하와이가 무슨 소용이람,

하얀 책상 칸막이에, 히터소리, LED조명 아래, 직원들의 숨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어

내가 그냥 쓰면 되는 것을.


지금 이렇게 몇 줄이라도 쓰고 나니

오래 묵었던 채증이 조금은 내려가는 것 같다.


내가 얼마나 갈망하고 고대하던 일이었던가.


"epoche 에포케"

판단중지!



베르나르가 알려준 에포케 덕분에

오늘 나는 다시 물꼬를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