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랬다.
불과 2년 전 전업 주부였을 때만 하더라도
반찬가게 반찬을 먹으면 큰일 나는 줄,
배달음식은 치킨과 피자뿐이었고 그것도 주말에 아주 가끔 먹는,
라면은 음... 아이들 등교 후 나 홀로 있을 때나 몰래 먹는 간식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집 식탁에 한 번식 로테이션되는 주 메뉴가 되어버렸다. 특히 방학이라 허리띠 풀어놓은 아이들은 엄마 없이도 마트 가서 본인들이 먹고 싶은 것들을 사 와서 지지고 볶는다. 영양소 따윈 아무 소용 없는, 그저 지금 내 입에 들어가는 풍요만이 전부인 아이들 세계.
참.. 그 맘은 이해가 되지만 어미의 깨름직한 마음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다짐을 받는다.
"너희들, 엄마가 이렇게 바쁜 와중에 반찬 만들어 놓을 건데, 꼭 먹어야 한다~!"
눈을 부르키며 아이들에게 반 협박, 으름장을 놓는다.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놔도 꺼내먹는 게 귀찮다고, 국수가 먹고 싶어서,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서 등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나의 음식을 거들떠보지 않은 아이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도 내가 주방에서 멀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엄마니깐,
하지만 나는 성장기 아이들의 엄마니깐,
하지만 나는 성장기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니깐,
오늘도 꾹꾹 흐트러진 마음을 누르고,
아이들에게 단단한 다짐을 받는다.
냉장고 문을 열고,
뚝딱뚝딱 금세
고소한 냄새를 온 집안에 풍긴다.
겨울 시금치는 보약이라고 하더니, 역시 보약이 틀림없다.
시금치의 단맛과 들기름의 고소함에 빠져드는 집반찬!
멸치는 빠지지 않는 단골반찬,
어렸을 적부터 '뼈 튼튼' 반찬이라고 세뇌당한 덕분에 나 역시도 멸치반찬은 빠지지 않고 만드는 단골메뉴가 되었다.
클수록 매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입맛,
매콤어묵볶음~ 마지막에 두어번 두루는 들기름덕분에 맛이 배가 된다.
이렇게 후딱 세 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고,
일부러 나는 맹한 엄마가 된다.
"얘들아, 엄마가 맛을 모르겠어, 너희가 맛 좀 봐줘"
아이들은 간을 볼 때마다, 눈을 번쩍인다.
내가 이걸 노렸지~, 이렇게 간 볼 때가 사실 제일 맛있는 때.
이 맛을 기억하고 분명 내일 낮에 챙겨 먹을 것을 안 어미의 센스다.
너무 맛있다며 엄지 척을 내미는 아이들, 반찬통으로 자꾸 손이 들어온다.
이렇게라도 밥을 먹이려는 마음,
이게 부모 마음이겠지?
우리 엄마도 나를 이런 마음으로 키웠겠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비로소 나는 엄마의 마음이 또렷해진다.
보고싶은 우리 엄마,
이번 주말에는 엄마손반찬 먹으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