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고모, 나도 갖고 싶다.
주 2회, 조카 육아중입니다.
나 같은 고모, 나도 갖고 싶다!
나는 고모다.
이모가 되고 싶었지만 40년 전부터 엄마아빠는 나를 이미 고모로 점찍어 놓으셨다.
내 머릿속에 각인된 고모의 모습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시어머니 옆에서 거드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던 그 옛날 그 시누이가 우리 고모였기 때문이다.
내 남편의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는 무조건적인 순종과 복종을 묵묵히 참아왔다.
엄마의 고달픈 세월들을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시누이 시집살이를 겪는 울 엄마가 애처롭게만 느껴졌다.
어린 나이의 나 역시도 그런 모습들이 참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을 정도로 고모의 시집살이는 참 못됐다.
내가 잊을 수 없는 고모에 대한 기억 중 하나가 문득 떠오른다.
식구들 밥상을 치우느냐 정신없는 엄마에게 얼굴에 허옇게 파우더를 두드리는 고모는 말한다.
"올케~~ 과일 좀 깎아와~ 커피도! "
확~그냥!
사진출처 : 픽사베이
남동생들도 고모의 어이없는 행동들을 알고 있었던지 결혼 전 나 몰래 엄마에게 속닥거린다.
"엄마~ 누나도 신 씨 피가 흐르니깐, 똑같이 고모처럼 행동할 거야!"
"엄마~ 누나랑 울 여자 친구(현 와이프)랑 다 같이 만나지 마, 누나가 톡톡 쏘아붙일지도 몰라"
그럴 땐 참 귀도 밝지!
안 들어도 될 말들을 들으며 가슴을 부여잡는다.
억울해서, 너무 어이없어서...
친구들한테 속사정을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나 대신 콧방귀를 실컷 뀌어주었다.
'네가 올케 시집살이를 당했으면 당했지, 시키지는 못하지! 네 동생들이 누나를 모르네~!"
이런 사이다 같은 답변을 간절히 원했는지 모르겠다.
넌 그런 아이 아니라고 대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아닐 거야~ 난 좋은 시누, 고모가 될 거야~'
주문을 외우듯 내 귀를 씻어내고 마음을 정화시켰다.
하지만 어쩜......?
나도 신 씨 아닌가? 동생말대로 얄미운 밉상 시누이자 고모가 진짜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니깐!
1년 전, 너무도 이쁘고 사랑스러운 조카 J는 선물처럼 나에게 나타났다.
나는 신기하게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J를 내 새끼처럼 사랑하고 아낀다.
역시 마음은 통하나보다. 올케도 나를 천사표 시누라고 말해주는 것에 행복할 뿐이다.
남동생의 부탁으로 나는 주 2회 J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바쁜 올케를 대신하여 나는 J의 1일 엄마를 자청했다.
10년 전 발길을 끊었던 문화센터의 문을 다시 두드리며 다시 육아의 세계로 입성했다.
그렇게 돌쟁이 J와 나는 아들과 엄마처럼 환상의 콤비가 되었다.
문화센터 수업을 다녀오며 곤히 잠든 J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의 지난 육아의 시간을 복기하듯,
박혜란 선생의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