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제어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으면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어쭙잖게 폭군에게 뒤를 보이면 오히려 된통 당하게 된다. 폭군과 매번 정면충돌할 수는 없다. 폭군에게는 규칙이라는 것이 없기에 충돌이 잦을수록 짓밟힐 수가 있다. 그러기에 폭군 위에 올라서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폭군 위에 있을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감정을 제거해야 한다. 폭군을 대할 때 사람의 도리라든가 기본적인 양심이라든가 하는 규칙들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기준을 그에게 들이대지 않도록 자신을 제어해야 한다. 폭군에게는 아무 기준을 세우지 않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기대가 없게 되고 기대가 없으면 감정도 생기지 않게 된다. 감정이란 무게가 없으면 폭군을 대할 때 좀 더 가볍게 대처할 수 있다. 폭군과 감정의 폭풍에 휘말리지 않으면 거리를 둘 수 있다. 그리고 그가 가는 폭력의 규칙을 어느 정도 파악할 여력이 생긴다.
폭군이 장점을 우러러보게 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장점이 드러나면 폭군의 시기심만 자극하면 짓밟히는 폭력에 당할 수 있다. 은근히 비교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드러나 폭군이 실마리를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한 곳에 담아 놓은 물은 엎지르기 쉽지만 드넓게 흘러가게 만든 물은 부여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자신을 폭군의 그릇에 갇혀있지 않게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폭군의 칭찬이나 분노에 너무 휘둘리지 않게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 확대하고 자꾸 들여다보게 되면 감정이 생겨 갇히게 된다. 스스로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폭군의 폭력들을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버려야 한다. 이해든 조심이든 폭군의 문제이지 당한 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폭군은 고여 썩은 물이다. 그곳에 구멍을 내서 썩은 물이 빠져나가게 하면 더욱 좋다. 한 배를 탄 폭군이라면 투명한 유리막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폭군은 밀착을 하지 못하는 근시안이다. 그런 폭군의 단점을 이용해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호랑이 굴에 잘못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나갈 수 있다 하지 않는가. 무섭다고 무조건 피하거나 모른 척하면 오히려 뒤통수를 맞게 되어 있다.
폭군의 기질을 알아야 한다. 그가 어떤 연유로 폭군이 되었는가를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해는 정신과 의사가 할 일이다. 그저 폭군의 폭력의 규칙과 장단점을 파악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옆으로 걷게 되어 있는 꽃게가 새끼들에게 똑바로 걷게 하려는 욕망처럼 폭군은 상대방의 본질을 파괴하려 든다. 폭군은 겉보기에는 엄청 독불장군처럼 자신만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 자기가 없는 폭군은 마구잡이로 남도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