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책을 읽다 밤을 지새우다

by 최순자

나는 꼭 필요한 책이나 뭔가 끌리는 책이 있으면 사기도 하지만, 다독하는 편으로 집 근처 도서관을 순회하며 새로 나온 책을 빌려서 읽기도 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관내 도서관마다 1인당 7권까지 네 곳의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다. 거기에 나처럼 책을 많이 빌려보는 우수 회원은 1인당 10권씩 네 곳 도서관에서 총 40권까지 빌릴 수 있다. 며칠 동안 30여 권의 책을 빌려다 놓고 있었다. 내 전공 영역인 영유아교육, 부모교육, 심리 분야와 문학, 시집, 그리고 글과 책쓰기나 마음 다스리기에 관련된 자기계발서도 있다.


어찌하다 보니 반납 기간이 지났다. 각 도서관에서 카톡으로 알려온다. 마음이 쫓긴다. 1월 말까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으나, 밤을 새워 읽고 반납하기로 마음먹었다. 2020년 김소월 문학상을 수상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에는 문학평론가인 그의 딸 나민애 씨가 쓴 글도 있었다. 연로한 나 시인도 시집을 교정할 때는 3일 밤낮을 눈을 거의 붙이지 않고 한다는 내용이 있어, 독서로 밤을 새우며 위로가 되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은 메모한다. “자기의 예술 작업은 자기가 끝끝내 해야 한다.”고 한 조정래의 ‘홀로 쓰고, 함께 산다’는 쓸 내용이 많았다. 손으로 쓴 글자로 무려 10장이나 된다. 심리 실험이 실린 오수향의 ‘나를 지키는 매일 심리학’도 네 장이 된다. 전에 비슷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던 찰스 다윈의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는 치열한 연구를 한 그의 태도가 나를 자극한다. 이기영의 ‘작은 사람 권정생’과 오랜 만에 다시 손에 든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은 그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삶이 나를 데운다.


권정생 평전을 읽고는 ‘권정생동화나라’에 전화를 했다. 두 가지를 제안해 봤다. 하나는 권 선생이 태어난 동경 마을 탐색과 일본 거주 그의 작은형과의 서신을 책으로 묶어 내는 일을 해보고 싶다. 또 하나는 현재 문학답사가들에게 제공하는 방을 개인적으로 동화를 쓰는 사람에게 대관, 그곳에서 권 선생의 사상과 마음을 오롯이 담아낼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떻겠는가, 였다. 그랬더니 실무자가 먼저 메일로 내용을 보내달라고 한다.


전공 관련으로 러시아 심리학자, 비코츠키의 ‘흥미 개념’에 관한 번역서를 읽었으나,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몇 권의 현대 시도 난해하고 이해가 잘 안 된다. 어제, 아니 오늘은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읽었다. 책이 잘 안 들어온 것은 밤을 새운 탓일까? 아니다. 내 뇌는 잠들지 않고 깨어 있었다. 내공이 더 필요한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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