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순자 Jun 21. 2024

꽃을 전한 마음-화사할 수 없으나 아름답길

최순자(2024). 꽃을 전한 마음-화사할 수 없으나 아름답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1.  

   

“수확한 양파에요. 아주 더 큰 것도 있는데, 적절한 크기로 골랐어요.” 아랫집 어르신이 양파 다섯 개를 건네주며 하신 말씀이다. 공명재 입구와 그 집 입구가 마주 보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많이 소통한다.    

  

자연생활 한 지 3년째, 그분에게 받은 것은 헤아릴 수 없다. 제일 먼저 직접 담그신 된장을 건네주신 것 같다. 이후 고추장, 김치, 부침개, 도토리묵, 두부, 밤 등 자연산을 주셨다. 모셔서 같이 식사를 몇 차례 했고 생선, 고기, 음료, 과자, 참외, 수박 등 사 온 것을 주로 답례로 드렸다.      


양파 답례로는 장미꽃을 작은 유리 화병에 담아 드렸다. 공명재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옆지기가 좋아하는 장미 세 그루를 하얀 울타리와 뒤쪽에 심었다. 송이가 큰 사계 장미는 피었다 지기를 몇 차례 한다. 덩굴장미는 송이가 작지만, 이가지 저 가지에서 한동안 피어 있다. 덩굴장미 몇 송이를 공명재 식탁에 꽂고 가까이서 보니 더 예뻤다. 그래서 같은 장미를 앞집에 건네 드렸다.     

 

마을 입구에 사는 어르신도 마늘, 옥수수, 마늘쫑, 완두콩, 딸기 등 이것저것 주셨다. 올봄에 그 집 앞에 피어 있는 수선화가 하도 예뻐 한참을 봤더니 뿌리 몇 개를 주신다. 제주에 갔다가 추사 김정희 선생 유배지에 들른 적이 있다. 3천여 명의 제자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쳤다는 곳에 선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수선화가 만발해 있었다. 이후 수선화를 더 좋아하게 됐다.      


귀한 마늘 한 접을 받았을 때는 모셔서 식사했다. 이번에는 꽃씨를 주시길래 운동 가는 길에 장미꽃을 갖다 드렸다. 당신도 꽃을 좋아하기에 철마다 꽃을 식탁에 꽂아 놓고 보고 있다고 한다.      


두 분 다 70대 어르신들이다. 여생의 삶이 화사할 수는 없을지라도, 꽃처럼 아름다우셨으면 한다. 뒤따라가는 나도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디도 따먹고 다슬기도 잡으며 한적하게 걷는 마을 옛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