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4). 꽃을 전한 마음-화사할 수 없으나 아름답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1.
“수확한 양파에요. 아주 더 큰 것도 있는데, 적절한 크기로 골랐어요.” 아랫집 어르신이 양파 다섯 개를 건네주며 하신 말씀이다. 공명재 입구와 그 집 입구가 마주 보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많이 소통한다.
자연생활 한 지 3년째, 그분에게 받은 것은 헤아릴 수 없다. 제일 먼저 직접 담그신 된장을 건네주신 것 같다. 이후 고추장, 김치, 부침개, 도토리묵, 두부, 밤 등 자연산을 주셨다. 모셔서 같이 식사를 몇 차례 했고 생선, 고기, 음료, 과자, 참외, 수박 등 사 온 것을 주로 답례로 드렸다.
양파 답례로는 장미꽃을 작은 유리 화병에 담아 드렸다. 공명재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옆지기가 좋아하는 장미 세 그루를 하얀 울타리와 뒤쪽에 심었다. 송이가 큰 사계 장미는 피었다 지기를 몇 차례 한다. 덩굴장미는 송이가 작지만, 이가지 저 가지에서 한동안 피어 있다. 덩굴장미 몇 송이를 공명재 식탁에 꽂고 가까이서 보니 더 예뻤다. 그래서 같은 장미를 앞집에 건네 드렸다.
마을 입구에 사는 어르신도 마늘, 옥수수, 마늘쫑, 완두콩, 딸기 등 이것저것 주셨다. 올봄에 그 집 앞에 피어 있는 수선화가 하도 예뻐 한참을 봤더니 뿌리 몇 개를 주신다. 제주에 갔다가 추사 김정희 선생 유배지에 들른 적이 있다. 3천여 명의 제자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쳤다는 곳에 선생이 가장 좋아했다는 수선화가 만발해 있었다. 이후 수선화를 더 좋아하게 됐다.
귀한 마늘 한 접을 받았을 때는 모셔서 식사했다. 이번에는 꽃씨를 주시길래 운동 가는 길에 장미꽃을 갖다 드렸다. 당신도 꽃을 좋아하기에 철마다 꽃을 식탁에 꽂아 놓고 보고 있다고 한다.
두 분 다 70대 어르신들이다. 여생의 삶이 화사할 수는 없을지라도, 꽃처럼 아름다우셨으면 한다. 뒤따라가는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