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독서로 떠난 여행

by 최순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어제는 10월 마지막 날이었다.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들려온다. 하루 전날 강의 시간에 학생들과 듣고, 10월 마지막 날은 집에서 들었다. 이날 서로 안부를 묻자고 한 친구에게 카톡으로 가을 풍경 사진 한 장과 건강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공서는 사서 읽는 편이지만 그 외의 문학, 에세이, 시집 등은 주로 집 근처 도서관 신간 코너를 이용하는 편이다. 가족의 가을 구경 제안을 뒤로하고, 어제는 종일 거실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읽지 못한 책을 읽었다. 새벽 두 시까지 20여 권 중 15권을 읽었다. 오늘 마저 읽고 나서 늦은 반납을 했다. 읽었던 책은 크게 발달, 육아, 글쓰기, 문학, 시집, 그림책이었다.


일본 의사가 쓴 자폐아 사례 도서를 읽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 내용 중 ‘자폐증 문화’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다.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일반인과 다른 아이’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논의해볼 개념이다. 육아서 중 프랑스 연구자가 쓴 ‘아이의 뇌는 스스로 배운다’가 유익했다. 몬테소리 교육을 적용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책이었다. ‘생애 초기 몇 년이 발달(저자는 지능으로 표현)의 기반을 닦고 질은 환경이 결정한다.’라는 내용 중심이었다. 내가 영유아 교육에 천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집과 시에 대한 도서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가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의 시에 ‘순이’가 나온다. 그 얘기도 있었다. 고향에서 해란강가를 같이 걸었던 여인, 연희전문 시절 영어 성경 공부를 같이했던 이화여전 여학생, 동경에서 성악을 공부하던 친구 동생 설 등이 적혀 있었다. 나도 궁금하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차지한 ‘순이’가 누구였는지.


김훈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소설은 첫 구절이 궁금했다.


“저녁에 말들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문장은 전투와 같고, 표현은 양보할 없다 한 그가 얼마나 고뇌하며 적었을까? 가늠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쏟아낸 건물들이 자연 속에 왜 들어서는지, 작가는 지하철 밖 풍경으로 묘사) 이 의문은 몽매하고 절박하다는 그, 세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있는데 헤맸다는 그의 소설이다. 독서 여행도 하고, 세상 여행도 하는 나도 여전히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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