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모빌리티의 만남
오늘은 새로운 자동차 유형으로 언급되고 있는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카누, 어라이벌, 죽스 등의 기업들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들은 모두 특수한 목적을 가진 전기 차량을 판매하는 회사로, 거대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를 받으며 유명해졌습니다.
이 PBV가 기존의 자동차와는 어떠한 차이가 있고, 어떠한 배경으로 PBV가 대두되고 있는것인지 간단히 소개드리겠습니다.
1. PBV의 정체?
자동차와 모빌리티(서비스)가 만나는 곳
PBV(Purpose-Built Vehicle)는 말그대로 특정한 사용목적을 가진 차량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특수한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차량 기획부터 설계까지 염두해둔 차량입니다.
PBV는 전기차가 대두되는 요즘 등장한 개념인데, 이는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달리 편평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플랫폼위에 어떤 형태의 구조물을 얹느냐에 따라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내연기관과 구분되도록 Purpose-Built EV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PBV는 기존의 밴과 같이 화물 운송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승객석을 많이 활용해 다수의 사람들을 운송하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며, 택시에 특화된 모델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기아가 지난 4월 최초로 공개한 기아의 첫 PBV 모델 '니로 플러스'입니다.
겉보기에는 기존의 니로와 무엇이 다르냐고 하실 수 있지만, 기존의 니로EV를 택시에 적합하도록 변경했습니다.
- 전고와 전장 각각 +80mm, +10mm 증대해 승객 탑승공간 극대화
- 2열 시트 최적화로, 2열 레그룸 +28mm 증대
- 2열 승객을 위해 운전석에서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이 가능한 조수석 파워시트
- USB-C타입 고속 충전 지원(2열), 가방걸이 추가
- 택시모델 전용 올인원 디스플레이(내비게이션, 앱 미터기, 디지털운행기록계, 음성인식 기능 통합)
어떻게보면, 기존의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택시 전용'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게 각종 제원과 사양을 설정한 것이 눈에 띕니다. 이러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있는 차량의 형태이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상용차, 플릿용도로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어쨌든 모빌리티 산업은 점점 모빌리티 디바이스보다는 서비스의 영역으로 그 중심점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포화로 자동차 산업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죠.
이 산업의 흐름이 반갑던 반갑지 않던,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한 특화된 PBV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PBV의 구매고객은 우버, 리프트, 그랩,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겠죠.
이것이 제가 PBV를 자동차와 모빌리티(서비스)의 만남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2. 대표적인 PBV 기업들
① Arrival(어라이벌)
어라이벌은 2015년에 설립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EV 제조사 입니다.
국내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글로벌 투자 운용사 Blackrock(블랙록)으로 부터 투자를 유치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참고로 2020년 나스닥에 상장했고(ARVL), 23.8억 달러의 시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밴, 버스, 택시용 전기차 모델들을 발표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어라이벌에서 개발한 밴 모델입니다.
전기차 플랫폼의 특성상 확장성이 좋기 때문에 위 이미지와 같이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승객용 밴/ 화물용 밴/ 단순 샤시 판매 등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는것처럼 기존의 밴과는 다르게 운전석 문이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기 때문에 운전자가 내리고 탈때 편리한 구조입니다. 택배 운전자들은 배송을 위해 수시로 차량에 상·하차 해야 하는데, 훨씬 편리하죠.
하차 하지 않고 탑승공간에서 짐을 보관하고 있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것은 물론이구요. 이러한 장점 덕분인지 이미 글로벌 물류회사 UPS로 부터 10,000대의 밴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공간성 측면에서 국내 택배운송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포터보다 좋아보이고, 또 택배차량은 짧은거리를 가서 시동을 자주 켜고 끄기 때문에 공기오염과 같은 친환경 측면에서도 어라이벌 밴과 같은 모델들이 국내에 하루빨리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어라이벌은 전기버스 또한 판매예정입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버스들은 대부분 버스 천장에 배터리가 있는 구조이지만, 어라이벌은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하부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안정적이고 낮은 전고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버스 전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것은 물론이구요.
마지막으로, 어라이벌은 기존의 컨베이어벨트 방식으로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차량 한대 한대를 특정 셀 공간에서 생산하는 마이크로 팩토리방식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굳이 대량생산하지 않고도, 고객들의 니즈에 따라 차량을 생산할 수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자동차업계는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대량생산을 통해서만 이윤확보가 가능했습니다. 어라이벌이 새로 도입하는 마이크로 팩토리방식이 과연 성공할지는 계속 주목해보겠습니다.
② Zoox(죽스)
Zoox는 호주 출신 팀 켄틀리 클래이, 제시 레빈슨이 2014년에 처음 설립한 PBV 회사입니다. 2020년에 처음으로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해 공개했습니다. 향후, PB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인지 아마존에서는 12억달러에 Zoox를 인수했습니다.
Zoox가 개발한 차량은 앞뒤가 대칭이고 4인승으로, 운전석이 따로없기 때문에 완전자율주행을 하는 미니셔틀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차량을 호출해 이동할 수도 있고, 정해진 노선을 운행할 수도 있습니다.
두 승객석 가운데에는 컵홀더와 무선충전기가 있어, 차량을 탑승한 사람들의 편의 향상을 도모했습니다. 또, 각 좌석마다 탑승차량의 위치, 목적지 등을 확인하고, 음악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기도 설치돼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미니셔틀 형태의 컨셉 PBV가 회사별로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Zoox의 차량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아 보입니다.
앞뒤가 대칭이기 때문에 앞뒤 어디로든 주행 가능하고, 영상처럼 사륜조향이기 때문에 높은 기동성이 보장됩니다.
정확한 주행거리는 공개가되지 않았지만, 133kwh의 배터리 장착으로 16시간 동안 주행이 가능하다고 Zoox에서 발표했습니다.
완전자율주행 차량이기 때문에 차량 상단에 14개의 카메라, 8개의 라이다, 10개의 레이더를 이용해 주변을 인식합니다. 자세한 주행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카헤일링 시장의 대부분을 Zoox와 같이 공간 활용이 극대화되고,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이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2025년부터는 많은 기업들이 로보택시를 운영한다고 발표한 상태이기 때문에, 로보택시 시장의 선점도 어느 기업이 하게될 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PBV 제조 기업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추후, 다른 PBV 업체소개와 함께 PBV시장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분석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차를 직접 경험하고, 모빌리티 산업을 공부해가면서 차잘알/모빌리티 전문가가 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