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사람들

by 크넥

"엑싯보다는 80살 넘어서도 이 브랜드 대표로 사업하고 싶어요."

이번 주에 만난 뷰티 브랜드 대표의 말입니다.

매출 200억. 매년 순이익만 10억이 넘습니다.

이 정도면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대표는 본인 돈 5억을 더 넣었습니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려고요.


미국에서 월 7,000만 원 적자. 중국에서 월 3,000만 원 적자. 매달 1억씩 까먹고 있습니다.

국내와 일본, 동남아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한국에서 100만~200만 원이면 가능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협업이, 미국에서는 건당 1,400만 원 이상입니다. 5배가 넘습니다.

돈을 써도 성과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아이템을 잘못 고르면 그대로 매몰비용이 됩니다.


인상 깊었던 건 이 대표의 전략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수익을 만들어놓고, 그 여력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구조.

한 시장에 올인하는 게 아닙니다. 포트폴리오를 짜서 장기전을 준비하는 겁니다.

물어봤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고.

"이게 더 재미있고, 엑싯보다는 80살 넘어서도 이 브랜드 대표로 사업하고 싶다."

요즘 투자 유치나 엑싯을 목표로 사업하는 대표들이 많습니다.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전략이니까요.

하지만 결국 오래가는 건, 브랜드를 '사업체'가 아니라 '자기 이름'처럼 여기는 사람이더라고요.


같은 주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 대표를 만났는데, 직원 200명 규모입니다.

놀라웠던 건, 대부분의 업무를 AI로 자동화했다는 것.

메타 광고 세팅은 사람이 거의 안 만진다고 합니다. API 연동으로 돌아갑니다.

"세팅은 AI가 하고, 사람은 소재 발굴만 한다."

200명이 하던 일을 AI가 대신하니까, 사람들이 놀고 있느냐? 아닙니다. 전부 소재 쪽으로 몰렸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부분이에요. AI로 만든 광고 소재의 효율이 좋아지면서, 소재 하나로 억대 광고비를 쓰는 광고주가 늘고 있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타겟팅, 입찰, 최적화. 이런 기술적 세팅은 AI가 더 잘합니다. 메타도 어드밴티지+ 캠페인으로 자동화를 밀고 있고요.

사람이 할 일은 점점 하나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어떤 소재를 쓸 것인가."

대행사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합니다. "세팅 잘합니다"는 더 이상 차별점이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낼 수 있는가." 그게 진짜 역량인 시대가 됐습니다.


이번 주에 만난 두 분의 공통점.

순이익 10억인데 본인 돈 5억 더 넣는 대표. 200명 조직을 AI로 전환하며 소재에 올인하는 대표.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어려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뷰티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건 결국 이런 사람들이더라고요.

단기 수익보다 장기 브랜드를 보는 사람. 쉬운 돈보다 어려운 성장을 택하는 사람.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 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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