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가 채널이 된 시대, 브랜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매출 천억 원을 넘긴 인플루언서가 나왔습니다.
본인 브랜드 포함이고 객단가 높은 제품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천억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잠깐 멍해졌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수억 원 이상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 대부분은 이미 '팔이피플'이었으니까요.
이 사람들은 광고비를 받지 않습니다. 직접 고르고, 직접 이름을 걸고 팝니다.
광고 포스팅으로 팬에게 실망을 줄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냥 파는 게 낫습니다.
무신사 큐레이터 시스템을 보면 이 흐름이 어디까지 왔는지 체감됩니다.
활성 큐레이터 4,400명. 추천 상품 누적 거래액 1,200억 원.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열흘 만에 238억 원이 나왔습니다.
유튜브 쇼핑 크리에이터가 2만 5천 명을 넘겼고, 틱톡샵은 말할 것도 없고, 인스타그램도 커머스를 계속 밀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광고를 해주는 사람에서, 직접 파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숫자를 좀 더 보겠습니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광고비가 2025년 기준 370억 달러. 약 51조 원입니다. 전년 대비 26% 올랐습니다.
근데 더 눈여겨볼 건 커머스 쪽입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이 2033년까지 약 152억 달러, 연평균 19.5%씩 커질 전망입니다.
광고비를 주고 노출을 사는 것과, 파는 만큼 수익을 나누는 것.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노출에서 판매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봅니다.
"인생템이에요." "꼭 써보세요."
이런 포스팅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반응한 게 언제였을까요.
디인플루언싱이 괜히 나온 트렌드가 아닙니다. 광고처럼 보이는 순간 스크롤을 넘깁니다.
커머스는 더 심각합니다. 고객 리뷰가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가짜 후기 작업이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확산됐습니다.
인플루언서도 못 믿고. 리뷰도 못 믿는 시대.
역설적으로, 그래서 "진짜 써보고 직접 파는 사람"이 강해집니다.
팔이피플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본인이 골라서, 본인 이름 걸고 팝니다. 안 좋은 걸 팔 이유가 구조적으로 없습니다.
소비자도 그걸 압니다. 직접 파는 사람이면 최소한 쓰레기는 아닐 거라는 신뢰. 그게 전환을 만듭니다.
올해 특히 뚜렷하게 보이는 변화가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둘로 갈리고 있습니다. 콘텐츠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스토리텔러'와, 직접 물건을 파는 '소셜 셀러'.
브랜드는 목적에 맞는 크리에이터를 골라야 합니다. 인지도를 올리고 싶은 건지, 매출을 만들고 싶은 건지. 둘 다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마케팅 퍼널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인지, 관심, 고려, 구매. 이 순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Z세대 43%가 제품 검색을 틱톡에서 시작합니다. 구글보다, 아마존보다 먼저입니다.
콘텐츠 하나가 인지부터 구매까지 전부 해결하는 시대입니다.
제가 만나본 크리에이터분들 중에서도 "가이드가 빡빡할수록 성과가 안 나온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합니다.
본인 오디언스를 제일 잘 아는 건 크리에이터 본인입니다. 브랜드가 통제권을 내려놔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뷰티 브랜드는 뭘 해야 할까요.
마이크로 크리에이터 중에서 지금 막 팔이피플로 전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팔로워 1만에서 10만 사이. 공동구매를 시작하거나 어필리에이트 링크를 활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이 구간이 중요합니다. 아직 광고 단가가 높지 않고, 본인이 진짜 좋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골라서 팝니다.
여기서 우리 브랜드가 선택받는 게 핵심입니다.
결국 돌아오는 건 제품력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써보고 "이건 진짜다"라고 느끼는 제품. 그래야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자기 팬에게 팝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룰이 바뀌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를 광고 매체가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 볼 것.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팔고 싶은 제품을 만들 것.
이 두 가지를 못 하면, 예산만 늘어나고 성과는 제자리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