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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이 Jul 30. 2020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흔적들

도서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리뷰




소리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의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장면이라도 음악의 유무에 따라, 음악의 종류에 따라 그 내용 자체가 다르게 전해지기도 하고 같은 움직임과 같은 표현이라도 어떤 샘플 소스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하나의 스토리이기에 언제 어디서나 그 소리와 음악들이 우리 삶의 배경음악이 되어준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참 많은 음악들이 내가 지나온 시간과 함께 했다. 음악이 주는 힘은 참 묘해서 노랫말 하나 없는 곡이 감정을 전달하고, 내 감정에 따라 손이 가는 음악들도 달라진다. 어떤 노래들은 들으면 괜스레 추억에 잠기게 되기도 한다. 그 곡들이 모이고 모여 각자의 인생을 투영하는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되지 않나 싶다. 



"클래식을 많이 듣지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에 갇혀 있지는 않습니다. 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입니다. 송창식, 빌 에번스도 당연히 클래식입니다. 국악도 빼놓을 수 없지요."



이 책은 저자가 수십 년간 수천 장의 LP 음반을 모으면서 음악을 즐긴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 시간을 "음악의 여신 뮤즈를 만난 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순간들을 서정적이면서도 담백하고 위트 있는 에세이로 담아냈다.


여타의 클래식 음악책과 다른 점은 '클래식'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 틀을 넓히고 다양화했다는 점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클래식'은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으로 흔히 대중음악에 상대되는 말"로 쓰인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서양 전통 클래식으로 음악 듣기를 시작했지만 점차 그 범위를 넓혀 이제는 국악, 재즈, 가요, 팝 등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클래식'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에게 클래식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다.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할 음악이 있을 뿐이다.


일간지 보도사진 기자인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은 사계절 분위기에 맞춰 희망, 열정, 사랑, 우정이라는 테마로 담겼다. 전국을 넘어 세계 곳곳을 오가며 찍은 생생한 사진은 글과 어우러져 마치 음악을 들으며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희망과 열정, 사랑과 우정이라는 대주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그 정도가 달라 각자에게 그 단어가 주는 의미 또한 다르겠지만 그렇기에 그 단어는 당신만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취향뿐만이 아닌 나의 취향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곳곳에 있는 QR코드는 손쉽게 음악에 다가갈 수 있게 해주어 그 속에서 새로운 취향을 찾아볼 수 있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음악은 호흡과 같았습니다. 소리를 듣지 않아도 마음속엔 늘 음악이 흘렀습니다. 음악은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얼굴을 조금씩 바꿔놓았고 나는 그걸 느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처음부터 음악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어린 시절의 음악은 당혹스러운 세계였고 특히 학창 시절 배운 음악 이론은 그를 부담스럽게만 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이 이론이 아닌 '느끼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음악이 아름답고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음악의 여신 뮤즈(Muse)가 찾아온 순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나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음악을 듣든, 창작하든 음악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주자들을 보고 관심이 생겨 어릴 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잠시 배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답답하고 무섭게까지 느껴졌던 나는 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동까지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후에 대중음악, 영화 음악, 힙합, 락, 하우스... 뭐든 내가 끌리는 대로 나만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갔고 그 모든 것은 내가 새롭게 음악을 창작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영화 OST를 듣다가 스포티파이의 알고리즘이 클래식의 세계로 날 초대했다. 아니, 뮤즈가 잠시 찾아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내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에는 클래식 음악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음악은 언제나 새로운 감정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본인의 음악 역사와 취향을 가득 담은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음악의 여신 뮤즈가 당신과 함께하길.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음악의 여신 뮤즈가 내게 온 순간들 -  


지은이

최정동


출판사

한길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352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19,000원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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