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그리고 가치
SNS와 1인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본인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지금. 우리는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모두에게 주어진 그 기회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까?
미디어의 발전은 1인 기업체제의 활성화를 야기했다. 고용 환경이 변화하며 이제 평생직장은 존재하지 않고, 전체 노동 인구의 1/3이 개인 비즈니스의 영역에 존재한다. 그런 만큼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것을 일컬어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한다. 퍼스널 브랜딩은 톰 피터스가 1997년, <Fast Company Magazine>의 기고문에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시대가 흐르면서 그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누구나, 어디서든 목소리를 낼 수 있기에 때론 그 자체가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와 브랜딩은 상대적으로 소속과 핵심가치 등을 명확하게 표현해 주기에 소비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SNS가 하나의 전시장이 된 지금, 퍼스널 브랜딩은 '뉴노멀'이다.
스스로를 브랜딩 하는 것은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이고 다시 말해 자신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가? 그 '정체성'이라는 것으로 어떻게 소비자들을 설득시킬 것인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인용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 그 해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작년, 유튜브 CEO인 수잔이 박막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cUgE9PyNLo&feature=emb_title
위의 영상에서 수잔과 박막례 할머니가 나눈 대화 자체도 좋았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 자체에 있었다. 김밥을 싸주고, 먹여주는 가운데 보이는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 유튜브라는 대기업의 CEO인 수잔 앞에서도 박막례 할머니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박막례'라는 사람 그 자체로서 그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브랜드가 성공하는 데에 훌륭한 전략과 디자인, 그리고 그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내는 여러 미디어의 활용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진 편집이나 영상 편집 기술이 중요하다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10살짜리 여자아이가 서툴게 휴대폰 카메라와 이어폰 마이크로 담아낸 ASMR 영상이 17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기도 하는 시대이다. 그런 만큼 '나'라는 키워드를 빼놓는다면 차별화된 기획의 시작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수잔이 수많은 유튜버들 가운데서도 박막례 할머니를 찾아왔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할 때, 정체성 뿐만 아니라 박막례 할머니 채널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한국은 대표적인 초고령화 사회로, 시니어 세대의 비율은 해가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유튜브는 전 연령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그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하면 자연히 다른 세대와의 소통도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역할을 박막례 할머니의 채널이 이미 해오고 있었다. 유튜브는 결국 이 점을 눈여겨본 것이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계정, 자신만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가치를 사고파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야만 한다.
이제 어떤 당신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당신이 살아가는 시대가,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