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망각하고 가치를 잃어버린 탓에 남은, 알맹이 없는 겉껍데기들이 있다. 이미 쌓일 대로 쌓여 처치곤란이 된 이 껍데기들은 사회적 갈등과 불만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재앙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급하게 불을 끈다 해도 이미 불이 난 곳엔 그 자국이 남을 것이다. 아무리 그 자국을 덮고, 지운다 해도 이토록 무한한 정보화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을까? 내가 보지 못해도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그걸로 괜찮은 걸까?
최근 영국 SNS 상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를 확산시킨다는 음모론이 퍼지 면서 현지 5G 기지국이 방화로 인한 화재 피해를 입는 등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와 통신/의료계 전문가들은 이 음모론에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히며 가짜 뉴스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이 순간에도 SNS는 초 단위로 업데이트되고 있고 늘 그랬듯 불안과 공포는 사람들을 쉽게 선동시킬 것이다.
미국/캐나다 등에서 휴지 사재기 대란이 일어난 것이 코로나 19로 인해 휴지가 품절될 것이라는 가짜 뉴스와 그에 대항하는 트윗을 포함한 수많은 정보가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기도 했다.
이처럼 무한한 만큼이나 지나친 정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별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정보량 자체가 우리의 눈을 가려버리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기에 더욱 본질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한 발짝 물러나 나의 가치관과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너머를 볼 수 있어야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날이 따뜻해졌다. 벚꽃도 만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점점 지쳐가는데 다행히 한국은 코로나 19 대응의 모범적 사례로서 전 세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 확진자 수도 점점 줄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봤던 한강공원의 인파가 그렇게 많았을까, 껍데기들이 한가득이었다.
아무리 한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지만 코로나 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닌 만큼 이 시국에 모두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를 지켜야만 한다. 신천지나 자가격리 위반자가 비난을 받는 이유도 우리가 현재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 즉 가치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코로나 19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의료진들과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집에만 있지는 못하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예방 수칙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잘 지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 가치는 위기를 이겨내고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가치를 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 그 껍데기만 보고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럴 땐 다시 한번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를 생각하자. 보이지 않는 그 너머를 보는 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그 힘은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