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때 했던 적성검사에서
책임감 항목만 크게 평균을 밑돌았다.
내 놓은 자식처럼 컸는데
책임감이 무엔지 알 수가 있었으랴.
나는 한 때 독립을 책임으로 여겼다.
나는 참 책임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책임은 온전한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할만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을 때에도 해야 하는 것이 책임인 것을
거듭해서 뒷걸음질을 쳐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책임이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책임감이 밑바닥이다.
국민학교 때 했던 적성검사는 정확했다.
여전히 뒷걸음질 쳐 도망나갈 곳을 찾고 있다.
때론 증발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냥 사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그게 책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