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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Aug 24. 2023

천재소년 백강현 사건 단상

학교에서 '계도'의 기능이 사라지니

혼내고 회초리 몇대 쳐서 지도하고

사과시켜 끝낼 일을

'학폭'이라는 행정적, 법적 절차로 확장시키고

양쪽 다 분노하고

'처벌'시켜내지 않으면 

그 사안은 제대로 다뤄진 게 아닌것으로 여기게 되는

이상한 잔변감이 양산되고 있다


이슈정리

1) 백강현이 당한게 학폭이냐 아니냐

2)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하냐

3) 백강현은 자퇴해야 하냐


1)

넓은 의미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적인 사건을 학폭이라고 한다면 학폭이 맞겠지만

애들끼리 싸우고 다투고 이도저도 아닌 단순 '불화'까지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면 

학교는 매일매일 재판장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

가해자는 처벌받는 게 아니라 '혼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회초리 맞고 반성문 쓰게 하는 벌이 있었으면 딱 알맞은 그런 정도의 못된 짓이다.


3)

모든 학생이 학교 내에서 불화가 있었다고 해서 자퇴해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학폭을 당하고도 학교를 잘 다니고 졸업할 수도 있다. 학폭과 자퇴는 동의어 관계이거나 인과관계로 묶여 있는 개념이 아니다.



백강현 관련 여러 글을 읽어본 결과

백강현 자퇴는 단순 학폭이라 쓰고 불화라 읽는 사건 때문이 아니라


백강현 스스로 양심있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자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형들에 비해 조별과제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인정

형들에게 민폐끼치는 사실이 미안하고 죄스러움

괴롭히는 사람까지 몇몇 있었던 점이 견디기 힘듬

공부를 따라가는 데에 있어서는 어차피 목표가 높았던 것이 아니었기에 성적이 나빴던 좋았던 그 자체는 큰 문제 아니었음(자퇴의 이유는 성적때문이 전혀 아님. 성적이 좋은 과목도 있었음)

과고 공부가 자기가 생각했던 즐거운 과학공부의 세계와 다름(공부하는 기계 운운)

또래 생활로 회귀하고 싶은 향수 느낌(태권도, 보드게임, 작곡 하고 싶다고 함)


애는 양심있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 내린 결정인데

부모는 아이가 피해입고 상처받은 사실에 고여있는 중이다.

(인지상정이라 이해는 가는 부분이지만 방향성이 조금 엇나가 있음)




백강현이 서울과학고 갤러리에 새벽에 직접 올렸다가 내린 글이 있었는데

내가 우연히 그 글을 읽었다.


형들에 비해 조별과제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스스로 인정

형들에게 민폐끼치는 사실이 미안하고 죄스러움

괴롭히는 사람까지 몇몇 있었던 점이 견디기 힘듬


이 내용이 거기에 적혀있었다.



내가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읽어봐야지 하고 그 창을 안닫아 놨던 상태라

지금도 계속 그 글과 모든 댓글을 읽어볼 수 있는 상태임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백강현은 10살 어린애고

다 큰 형들이 순수하고 순진한 어린애를 괴롭힌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디시인사이드 서울과학고 갤러리에 적은 백강현 글을 보면

백강현은 초등학생 어린애가 아니었다.


글 올린 시점이 새벽 3시 넘은 시점이고

디시갤러들과 새벽6시까지 무려 3시간에 걸쳐 댓글을 주고 받을 정도로

이미 생활 패턴이 초등학생 패턴을 벗어나 있었다


쓰는 말투 사고 체계가 초등학생은 커녕 적어도 중2 수준은 넘어 있었다.

9살부터 월반상태로 쭉 지냈으니 같은 반에 주어진 아이들이 늘 4-5살 많은 아이들로 채워졌고,

그 아이들이 쓰는 어휘나 정신연령을 반영한 언어에 대한 모방학습이 어느정도 되어있는 듯 보였다.





공부하는기계 표현


공부하는기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공부를 좀 했던 사람들 층의 반응과

공부를 잘 못했던 사람들 층의 반응이 갈리는 것 같다


공부를 좀 했던 사람들이 들으면 저 단어는 그냥 아무 것도 아니다.

언어유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공부하는기계'를 보통 자기자신에게 쓸 때 사용하지

남에게 잘 쓰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저 단어가 공격적인 단어의 느낌이 아니다.


예) 나 그 때 완전 공부하는기계였잖아. 진짜 고생했지 ㅠㅠ

하~ 공부하는기계처럼 살기 싫다. 빨리 대학가야지.


내가 변호사 시험 합격한 친구에게 '로스쿨 생활은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그 친구가 실제로 저 워딩을 쓰며 대답했다.

'그냥 공부하는기계처럼 살았지 뭐. 눈뜨면 공부하고 잘때까지 공부하고.'

그 느낌이 뭐랄까. 좀 유머가 동반된 표현이지 부정적 조롱이나 비난성 느낌의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공부를 잘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저 단어가 뭔가 2갈래로 들리는 듯 하다.


1) 자기자식을 공부하는기계로 만들어 비난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단어

2) 사회성 떨어지고 공부밖에 할줄 모르는 너드를 뜻하는 단어


자기가 공부기계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

공부기계란 말은 으레 남에게 쓰는 단어고,

그 단어를 남에게 쓴다는 것은 좋은 뜻으로 쓸리는 없으니

비난과 조롱의 뜻으로 쓰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백강현은 자기자신에게 공부기계라는 표현을 썼으므로

자기상황을 적당히 표현할 최적의 단어를 고른다고 골라 사용한 것이지,

사회성 떨어지고 공부밖에 할줄 모르는 너드를 뜻하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며,

더욱이 자식을 공부기계로 만들어 폭압하는 부모들의 죄책감을 건드리려고 사용한 단어도 아니다.


그런데 저 단어를 보고 어떤 학부모는 1) 자기자식을 공부하는기계로 만들어 비난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단어의 의미로 받아들여 이상한 메일을 보낸 것이고, 이 사단이 난 것 같다.



진짜 어떠한 사건에 있어서

헤프닝의 연속이 이렇게 연달아 산발적으로 엇나간 방향성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정말 놀랍다.



그래서 오늘도 난

시니컬하자라는 시리즈를 연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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