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안키 1편] 분노, 너의 정체가 궁금하다

by 스윗제니

'하나, 둘, 셋..!'

셋까지 세고 말 안들으면 '엄마 화낸다'라고 협박 많이 하고 계신가요?


아이들에게 화 많이 나시죠? 밥 안먹을 때, 옷 갈아 입히려는데 도망다닐 때, 잘 시간이 되어 자려고 하지 않을 때, 물건 정리하지 않을 때, 음식을 쏟거나 더럽힐 때..등등 꾹꾹 눌러 참다가도 가끔씩 욱하며 폭발하는 경험을 한두번씩은 모두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나요?

1) 널 혼낼거야-!
2) 엄마 화낸다!

두 가지 표현 중에 어떤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하시나요?

혼낸다는 표현으로는 그 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반면 '화낸다'라는 표현에는 아이를 '무섭게 강압'한다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께서 '엄마 화낸다!'라는 표현으로 아이를 협박(?)하시곤 하십니다.

화를 내는 것, 상대방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 체벌을 하는 것으로 대변되는 '아이 혼내기'.

이 모든 것이 우리 엄마들의 '분노'에 근거한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화가 난다'와 '분노한다'가 동일한 무게감으로 느껴지지 않으신다구요? 흔히 ‘분노’라고 하는 것은 크게 화를 내는 것으로 국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비슷한 말로 격분, 격노, 분개, 화, 흥분, 노발대발, 부아, 성남, 짜증, 성가심, 좌절, 역정, 발끈함, 성마름, 약오름, 열 받음, 신경질, 성질 급함, 욱함, 언짢음, 격앙 등이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 감정들을 모두 다 분노의 측면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1) 분노는 나쁜 것이다? → 분노는 나를 감싸는 보호벽이다.

사람들이 쉽게 하는 오해 중 첫 번째는, ‘분노는 나쁜 것’이고 '흔하지 않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분노는 아주 정상적이며, 하루에도 수차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강한 인간의 보통 정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생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 물건, 가치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분노의 정서가 발휘되고, 그래서 분노는 평소보다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기본적으로 당위적 기대가 각인되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당위적 기대가 각인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것이 어긋났을 때, 분노가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당위적 기대란 내 머리 속에 항상 ‘~해야 한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고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대 심리를 뜻합니다.
우리 엄마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이유지만 아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이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짜증내고 신경질 내는 이유는 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 이해해주세요.


2) 분노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 분노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일일수 있다.

두 번째 오해는 ‘분노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것’이라는 지배적인 인식입니다. 그런데 실제 현대인들의 삶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은 분노에 대해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인식한다 하더라도 억제하거나 억압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억제하고 억압하다 보면, ‘화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습니다.
화병(火病)이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질병으로, 미국정신의학회가 1995년 화병을 ‘Hwabyung’이라는 한국어 그대로 표기함으로써 한국적인 문화의 맥락 속에서만 존재하는 증후군이라고 정의를 내릴 정도로 한국인 특유의 억제와 억압에서 오는 질병입니다. 화병은 스트레스가 처음에는 정서적인 충격으로 다가오고 그 후에 만성화되면서 포기의 과정을 거쳐 결국은 한(恨)으로 쌓여 분노로 표출되는 것으로, 심리학자 맥기(Mcgee)는 스트레스와 정서적인 충격을 평소에 억압하다 보면 어느 때는 폭발하게 된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것들이 더 큰 문제라고도 하였습니다. 때문에 적절한 분노의 표출과 해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것을 무조건 지키시려고 화를 꾹꾹 누르며, 아이의 사소한 실수에도 일장 연설을 통해 아이를 굴복시키시는 경우가 있으신데요, 차라리 가볍게 야단쳐서 아이의 행동을 수정시키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노는 어떤 조건에서 발생할까요?
네 가지 핵심 조건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화가 날까요?

⓵ 원하지 않는 상황
첫째, 이 상황은 당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개 분노를 유발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고, 배반하고, 거짓말하고, 약속을 어기고, 모함하고, 비방하는 등등의 경우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겠죠.
특히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을 때 엄마들은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 화가나게 됩니다. '내가 이것들을 준비하느라고 얼마나 애썼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더더욱 화가나게 되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이는 그저 먹고 싶지 않으니까 먹지 않는 것일 뿐인데 엄마의 머리 속에는 '나를 무시했다, 내 수고가 거절당했다'라는 감정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에는 '아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화가나는 것이구나. 어떻게 상황이 바뀌면 좋을까?'하고 차분하게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보세요. 그렇게 하시다보면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며 진정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아이가 짜증내거나 신경질을 부릴 때에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주세요. 분명히 무엇인가 아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잘 관찰해서 아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신 후 문장으로 정리해서 아이에게 들려줍니다. '우리 ㅇㅇ이가 지금 이것 때문이 화가 난거니? 아 이것 때문에 속상했구나. 엄마가 알아들었어.'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세요. 이해받은 아이는 금새 짜증이 사그라들 것입니다.

⓶ 당위적 기대의 어긋남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은 분노 말고도 슬픔, 무서움, 수치심,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분노는 다른 부정적인 감정과는 다르게 당위적 기대가 어긋났을 때 발생합니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마땅히 해야 한다고 여기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분노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이러한 당위적 기대는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엄마는 밥 반공기만 먹여도 성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엄마는 자신이 준비한 음식 모두를 아이에게 먹여야만 된다고 기대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당위적 기대가 있고, 이것이 깨지는 순간 분노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내 아이는 이러이러한 아이였으면 좋겠다'라는 내가 만든 가상의 이상적인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나를 더 분노하게 합니다. '내가 이러이러하게 노력을 들여 아이를 잘 이끌고 잘 양육하면 아이는 착하고 바르고 언제나 순종적인 아이로 자라겠지.' 라는 기대감이 깨질때마다 분노가 치밀게 되죠.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에는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기대치가 낮으면 그만큼 분노도 덜 생기기 마련입니다.

⓷ 나의 관점
모든 것을 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분노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위의 예에서, ‘아이가 내가 해준 밥을 잘 먹지 않아서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는데, 혹시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닐까? 또는 아이의 구강구조나 소화기관이 아직 덜발달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분노보다는 걱정이 앞설 것입니다. 이처럼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면 우리의 분노는 줄어들게 됩니다.
한편 부모들이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 중의 하나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무의식 중에 내탓으로 돌림으로써 자기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이유도 있는데요. '내가 어쩌다 이런 아이를 낳아서,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가 잘못키운건가'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기 때문에 더더욱 나 자신에게 화가나는 것을 아이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우리가 뭘 잘못했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덜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죄책감이나 분노 대신에 아이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주세요.

⓸ 상황 통제 불가능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화가 납니다. 앞의 예처럼 아이 대신 내가 밥을 먹어줄 수 없을 때, 아이를 아무리 재우려고 해도 아이가 잠들려고 하지 않을 때처럼 나의 의도나 노력과 관계없이 이 상황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무력감과 동시에 분노가 발생합니다. 만약 아이가 정확히 5분 뒤에 잠들 것이 분명하다면 화가 날 리가 없겠죠.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이 상황을 도저히 통제불가능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분노가 나는 것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상황을 주도할 수 있도록 나는 보조자의 역할에 그치는 것에 만족해야 합니다. 아이가 밥을 그만 먹겠다고 하면 아이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아이가 장난감을 혼자 정리정돈하지 않으면 내가 주도하여 정리를 하고 아이에게 보조역할을 시켜 함께 정리를 합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으면 심심해서 스스로 자고 싶게 놀아주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이 상황을 내가 개입해서 컨트롤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화가나지 않고, 불필요한 야단을 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의 분노의 감정에 대해 원인을 알고 잘 대처하는 것, 그것이 화안키를 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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