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는 과로와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다 뜻하지 않게 맞이한 긴 휴식기에 무기력함을 느낀 인기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돌연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나며 일어난 일들을 유쾌하고 감동적이게 그려낸 영화다.
여기에는 까미노를 걷다 죽은 딸을 잊지 못하는 스텔라와 그저 기사를 쓰기 위해 왔지만 끊임없이 작업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기자 레나가 나온다.
하페는 그들을 길위에서 만났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했으며 친구가 되었다.
791km, 42일 간의 순례길은 하페가 신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 하던 어린 시절 자신을 꿈에서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신은 누구인가,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그 물음은 다시
“이 길의 끝까지 가면 내 인생이 달라질까?” 로 변한다.
하페는 길을 걷는 순간순간 자신과 마주한다. 그리고 메모한다.
“침묵은 쉽다. 하지만 생각의 침묵은 어렵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어둠의 길이 주어져 있다. 이왕 걸어야 한다면 자발적으로 걷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어!”
“너를 몰아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너의 망해먹을 태도”
“우리는 반드시 각자의 밤을 보내야 한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삶을, 내 생각들을 메모하고 싶어졌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오래된 마을로 들어서는 하페가 어린 시절 자신을 보는 장면이다.
그는 ‘신’이라 했다.
결국 그는 여행 마지막에 가서는
'신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라고 고백한다.
왜 그랬을까? 하페가 어린 시절 자신을 보는 장면에서 나 또한 울컥하면서 뭔가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 나를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문득 순수하게 신의 존재를 믿고 의지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리웠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 사람에게서 받은 위로, 그렇지만 혼자 걸어야만 하는 인생길.
“목표를 찾는 것이 목표 아니겠어?” 영화속 대사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목표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 목표가 어떤 목표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나도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