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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Dec 01. 2024

제주에서 맞은 바람 따귀

5년 만에 제주도를 찾았다. 이번 여행은 개인적인 여유가 아닌 회사 직원 워크숍 차원에서였다. 제주도에서 연수를 한다니 기대가 많았다. 푸른 바다를 보며 힐링하고, 한라산 언저리를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제주 흑돼지를 비롯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 생각했다.


바람과 함께 시작된 제주도


공항에 내린 순간, 나를 맞이한 것은 강렬한 바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따귀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택시를 타고 워크숍 장소인 호텔에 도착하니, 주최 측에서 오메기떡과 밀감, 땅콩소보로 등 다양한 제주 간식을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2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행사가 3시가 넘도록 시작하지 않았다. 이유는 폭설. 남부지방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은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서울·경기·강원 등 북부지역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은 기내에서 7시간씩 대기 중이라고 한다. 결국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지연된 직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우리는 다 함께 박수를 치며 오늘 안에 모두 도착한 것을 축하했다.


워크숍도 음식도, 제주만의 매력


2박 3일 동안 우리는 회의도 하고 교육도 받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전국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들을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이 특히 좋았다. 제주 옥돔구이, 흑돼지구이, 회, 해장국 등 다양한 제주 음식을 맛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제주, 날씨도 따귀도 변덕스럽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일기예보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물론, 장소와 고도에 따라 기후가 달랐다. 맑다가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고, 우박과 눈이 내리며 기온은 추웠다가 더웠다가 오락가락했다. 거기다 바람은 육지에서 태풍 칠 때나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한마디로 어딜 가나 바람 따귀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정신 차리라”는 듯이 제주는 내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택시 기사도 “요즘 제주 날씨가 최악”이라며 혀를 찼다. 비바람이 가로로 내리치니 우산도 소용없다고 했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왔냐”라고 묻는 기사님의 반문에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은 탈출,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


그럼에도 제주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제주맥주 양조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에일맥주를 마시며 제주만의 풍미를 즐겼다. 우박과 비를 맞으며 카트를 타는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폭풍우 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애월빵공장에서 커피와 빵의 향긋함을 만끽하기도 했다.


날씨가 어떻든, 바람이 어떻든, 제주로 온다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 바다를 건너는 일이다. 여행지에서의 경험은 늘 새롭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승객 여러분 곧 김해공항에 도착합니다" 승무원의 기내방송이 일상으로의 귀환을 알린다. 낮게 깔린 구름을 통과하자 기체가 심하게 요동친다. 마치 천상 세계를 잠시 스쳐지나 구름 아래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제주에서 맞았던 바람 따귀를 떠올리며  일상에서 지칠 때마다 기억하자.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하고 외치던 제주의 바람처럼 나를 일깨우는 순간들. 제주가 내게 준 가장 강렬한 선물이자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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