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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안나 Aug 01. 2022

슬기로운 이직 일기

스타트업 3개월 차 적응기

 회사를 옮기고 첫 출근 날의 기분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첫 출근 날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느라 바쁘다. 일주일 정도는 회사의 분위기 속에 천천히 스며들게 된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업무부터 하나씩 넘겨받게 되고, 곧 작업자들과 미팅, 논의, 정리 등의 연속이 된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어떻게 적응했는지 풀어보고자 한다. 



1개월 차, 예전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 서비스를 이해하자. 

 이번에 같은 도메인(투어)으로 옮겨오게 됐다. 그러다 보니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도메인 지식이 새 서비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고, 이는 현재 서비스를 이해하는데 독이 되기도 했다. 내가 처음 혼란을 느꼈던 부분은 판매가 계산 프로세스였다.

이전 회사: ①외화 원가 등록 → ②이윤 추가(마크업) → ③판매가 생성 → ④원화로 전환 → ⑤고객 판매
새 회사: ①외화 원가 등록 → ④원화로 전환  → ②이윤 추가(마크업) → ③판매가 생성 → ⑤고객 판매

 시작은 동일하지만, 세밀한 계산이 이뤄지는 내부 프로세스의 순서가 다르게 적용되어 있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인 '고객 판매가'도 다르게 도출된다. 당연히 상세 프로세스는 다를 수 있는데 과거 서비스의 틀에 갇혀 현재 서비스에 대한 분석을 세밀하게 진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뒤늦게 구조를 확인하여 QA를 할 때 애먹기도 했다.

“쇼핑에서는 이랬는데”

 일을 하다 보면, 리더들이 가끔 과거에 얽매여 하는 발언들을 했었다. 그들이 서비스 간에 비교하는 발언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 또한 과거 담당하던 서비스의 틀에 박혀 현재 서비스를 이해하는데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2개월 차, 잘 하고 싶다. 이 회사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한다.

 어느 조직을 가던 일 잘한다는 사람이 최소 1명은 있다. 이곳에서 선호하는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든다.

 이미 퇴사를 했지만, TL(Tech Leader)의 수양딸이라고 부르던 기획자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일하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이젠 그녀를 직접 볼 순 없지만, 그녀가 정리해둔 위키를 보며 내가 배울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 그녀의 위키를 살펴보면 아래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① 배경: 개선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구체적인 수치의 개선 혹은 유저 사용성에 불편함을 느끼는 포인트를 정확히 가져온다. (Top-Down 과제라도 '어떤' 목적을 위해 내려왔는지 공유한다.)
② 방향성: 진행 배경이 명확하기 때문에, 방향성도 이에 따라 제시된다.
③ 핵심 기능: 기능이 일정 대비하여 많을 경우, 우선순위도 함께 고려한다. High(오픈 필수 스펙), Medium(오픈 전/후 준비 스펙), Low(오픈 후 필요에 따라 개선 스펙)
④ 상세 설명

 그녀가 정리해둔 내용들은 당연한 과정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 냈는지, 집중해야 되는 작업과 내용이 무엇인지 보면서 소소한 팁들을 얻어 갈 수 있었다.

 각 회사마다 선호하는 업무 스타일이 있다. 그리고 그 스타일에 나를 100% 맞출 필요는 없지만, 작업자들과 편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필요한 장점은 적극 수용하려고 한다.   



3개월 차, 내 자리를 잡아간다.

 일을 하나 둘 처리하다 보니 이 회사에 적응해 나갔다. 내가 담당하는 영역의 히스토리도 상당 부분 파악했고, 그에 따라 진행해야 업무 방향에 대해 감을 잡기 시작했다. 입사 후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안정기'에 들어온 것이다. 처음엔 작은 오류/이슈사항에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시간이 걸리고 버벅였다면, 이젠 어떻게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지 습득했고 덜 당황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집중도도 올라갔다.

 옮겨오기 전, 내가 담당할 프로젝트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심리적인 안정기에 들어설 때쯤, 조직도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이제 내가 해야 되는 것은 각 작업자 간에 시너지를 내고, 작업 속도를 올리도록 집중하고 있다.




 나는 2개월이 될 때까지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한창 개발자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힘들어했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이 조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와중에 같이 일을 하는 개발자가  DM을 보내왔다. 개발자들 간에도 작업 성향의 차가 있으니, 부정적인 피드백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생각하는 바를 밀고 나가도 된다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이 일이 나에겐 회사와 업무를 대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회사를 옮기면 3개월 수습 기간이 있다. 회사는 새로 입사한 사람이 조직에 어울리는지 알아보고, 입사한 사람도 이 회사가 나랑 같이 할 수 있는 곳인지 알아보는 기간이다. 결국, 서로 간에 파악하는데 최소 3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최악의 회사가 아니라면, 새로운 회사에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고민해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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