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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작가 Sep 19. 2022

당신의 문장관은 무엇인가요?

나는 글쓰기 공부 중입니다. 

글을 쓸 때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글을 잘 쓰던지, 그렇지 않든 간에 나는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글을 쓰는지 말입니다. 


저는 요즘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교육 이론과 방법-고인돌>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나름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던 제가 이런 책을 읽기까지는 나름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실 이름만 작가이지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아시다시피 이오덕 선생님은 아동문학계의 대가이시죠. 

글꽃벗들이신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들이 안 계셨으면 제대로 된 아동문학의 확립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들이 추구했던 철학과 문학은 정말 당시에는 인정받기 힘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올드하지 않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구절들이 많으니까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책을 보다 보니 올바른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사실은 요즘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는 큰 아이를 위해서 살펴보려던 책이었는데 도리어 제가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나의 문장관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되었지요. 

참고로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스킬을 알려주는 책은 절대 아닙니다. 


책에서는 먼저 글쓰기 교육이 인간을 키워나가는 교육이며, 글을 쓰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 가짐부터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더 흔들리게 했습니다. 




글의 생명은 개성이다. 사람이 각기 그 개성이 있어 존재의 표적이 되듯이, 
글도 마찬가지다. 근사하게 꾸민 글, 모방한 글은 개성이 없는 좋지 못한 글이다.

내가 글을 쓸 때 내 개성이 무엇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썼을 때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는지, 칭찬을 받았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잠시 아동문학을 공부할 때 한 선생님께서 제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날 것 같다. 꾸미지 않아서 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참 좋다'라고 해주셨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날것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저도 쓰면서 까먹고 더 꾸미고 치장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그 날것의 느낌이 무엇이었는지도, 어떻게 썼던 것이었는지도 자꾸 잊게 되었어요. 

아마 그 날것의 느낌은 딱 그때! 제가 처음 아동문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의 마음 가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시간이 너무 지났고, 다시 아이들의 동화를 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지 그 날것의 느낌이 나기란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요?

따라 쓰기만 배운 아이들의 개성 있는 글쓰기가 쉬울까요?

특히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에요. 

요즘 아이들이 책도 기계적으로 읽고, 독후 활동도 정해진 키워드들의 나열이 아닐까 싶어요. 

딱 수능 공부할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얼마 전에 지인에게 요즘은 책을 읽는 학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책을 읽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주게 한다고요. 그런데 그걸 꼭 학원 가야지 배울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씁쓸했습니다. 

아마 학원에서는 책을 읽고 몇 개의 질문이 적힌 질문지에 창의적인 답을 써 내려가겠죠?

창의적인 생각인데 답이 있는 건 아닐 거예요? 그렇죠? 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 

창의적인 생각에 답이 있다면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요? 점점 더 획일화되고, 기계적인 생활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나중에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을지.. 

혹시 AI가 글을 쓰고 그 글을 인간이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책에서 이런 이야기도 하셨어요. 

" 좋은 글과 좋지 못한 글은 이렇게 판단해라. 하나는 어쩐지 잘 쓴 것 같은데 뭘 썼는지 잘 모르겠고, 또 다른 하나는 매우 서툴게 썼는데 읽고 나서 참! 그렇구나 하는 느낌이 난다. 그렇다면 앞엣것은 아무 가치도 없는 글이요. 뒤엣것은 훌륭한 글인 것이다. 이것이 소박하면서도 가장 정확한, 글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꼭 글을 아주 잘 쓸 필요는 없겠다는 작은 위로를 받습니다. 

대신에 아이들의 글쓰기에도 이런 식의 도움을 주고, 어른 역시도 글을 쓸 때는 항상 이 마음을 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글과 그렇지 못한 글을 구별할 능력은 없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요. 

정보가 많아지는 요즘에는 정보만 잘 주면 그게 좋은 글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정보만 주는 세상에서 무조건 꾸미고 예쁜 글보다는 진심이 전해지는 글, 서툴지만 나를 깨닫게 하는 글을 쓰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적을 내도록 도와주는 글이 아니라 마음으로 배우는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교과서적인 글보다는 내 개성이 있는 글이면 더 좋겠습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개성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리고 그 개성 있는 문체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우리 같이 고민하고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그저 같이 공부하고 같이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이렇게 몇 자 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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