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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지 Jan 02. 2020

제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이라고요?

이젠 정말 작가가 되는 것일까?

첫 단추를 끼우다



주변에 작가의 꿈을 꾸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냥 오랫동안 책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작가'라는 두 글자는 저와는 거리가 먼 딴 세상의 사람들에게만 붙여진 명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라...정말 부러웠어요.


그러면서도, 무슨 자신감인지 아니면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어쩔 수 없는 욕망인지 몰라도, 언젠가 나의 책을 출간하리라는 막연한 꿈이 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아이들 키우는 일이 버거워 결혼 전까지 하던 학업을 간신히 마친 후에는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하기 어려워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미술관 큐레이터, 미술관장, 교수잘 나갈 때, 저는 지방 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한 살 한 살 나이만 더해가며 뒤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이후에는 영어 강사로 몇 년간 일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채우기엔 한참 역부족이었죠.


그러던 중 천문학 웹진에 글 한 편 올린 것이 한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그림 속 천문학>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구체적인 미래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인드 컨트롤한답시고 카톡 멘트에 성경구절, '네 시작은 미미하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뭐 이런 것까지 올려놓고...(크리스천도 아니면서) 또, 크리스천 친구가 선물해준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고 쓴 예쁜 액자를 집안을 오가며 마음에 새기고...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 하나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버릇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해 왔지만, 아무도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인 저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남편마저 그저 엉뚱한 꿈을 가진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친구에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니, '요새 너도나도 책 많이 출간하더라.'라고 시큰둥하게 생각하더라고요. ㅎㅎ 요즘엔 자신의 책을 스스로 독립 출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책 출간 자체를 신통찮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요. 이래저래 이름 없는 사람이 글을 쓰려면 많은 현실적 어려움과 선입견에 부딪히게 됩니다.


더구나 뜻하지 않게 성사되었던 첫 책의 원고를 끝냈지만 출간이 일 년이 넘도록 지연되면서, '참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브런치를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수년간, 다음 포털에 올라오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기 들어가서 나도 글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브런치북 공모전이 출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첫 번째 도전에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두 번째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자기소개란에 '저는 오랫동안 작가의 꿈을 꾸어온 평범한 중년의 여성입니다.' 어쩌고 한 겸손하고(?) 지루한 멘트가 어필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ㅎㅎ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집니다. 두 번째는 어떤  브런치 작가가  쓴 자신의 브런치 입성 실패담과 자기소개서 쓰는 팁을 읽고, 자신감 있고 다소 튀는 소개서를 보낸 결과로 통과된  것 같아요.


이제, 그동안 써놓은 글들을 마구마구 올리기 시작했지만,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조회수, 구독자수가 초라하기만 했습니다. 내 글은 브런치에는 적합하지 않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메인에 노출되고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글들은 직업, 인간관계 등의 실용적인 글, 음식과 다이어트, 마음 치유, 여행, 그리고 감성 에세이가 대부분이었고. 그렇다 해도, 내가 잘 쓸 수 있는 것은 미술 이야기뿐이었으니 할 수 없었지요.


수상작인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은 단순히 미술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술을 통해, 역사와 사회, 인간 불평등의 문제, 여성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불평등과 한계도 되짚어 보게 되었고, 과거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에 절실히  공감하고 몰입하기도 했습니다.


기왕 써놓은 글이라 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는 했지만, 솔직히 처음부터 내 글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별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도 세기 어려울 만큼 많은 브런치 작가들이 응모를 했고, 제목만 봐도 아주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수상작들이 발표 나기 열흘 전인  12월 19일,  카카오 담당자에게 대상 수상 소식 메일을 받고 '당연히' 놀랐습니다.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세상엔 내 생각과 앎의 범위를 넘어선 세계가 있다는 것을. 지레 나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 틀어박히려 했을까?  왜 나 자신의 잠재성을 믿지 못했을까? 왜 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와 선입견에 주눅이 들었을까? 그러나 그동안 꿈을 이루기엔 나를 둘러싼 현실이 꽤 녹록지 않고 버거웠으니 많이 탓하진 않을 거예요.


이제는 좀 더 나 자신을 믿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읽고, 인간과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나름 준비해 왔으니까요.


첫 단추를 끼웠으니, 이제 새로운, 더 크고 센 꿈을 꿉니다. 그리고 결코 이르지 않은 나이에, 나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지금 글 쓰는 일이 행복합니다.


내년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계속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고, 지금 이 순간 꿈을 꾸고 있는 많은 분들이 수상을 하겠지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그 많은 글 중에서 제 글을 찾아내어 인정해 주신 분들과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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