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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Jung Lee Aug 28. 2018

‘함께’하는 ‘혼자’의 공간,
한국형 셰어하우스

도시건축(feat. 커뮤니티)

마이크로 하우징(Micro-housing)*은 건물 안에 전이 공간을 마련해 이웃들과의 교류가 가능하도록 지어진 이른바 기업형 셰어하우스이다. 이곳이 유사 주거시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거주자는 셰어하우스 생활에서 어떤 경험 가치를 기대 하는지, 그리고 27%에 육박하는 1인 가구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 위치: 서울시 송파구 / 완공: 2015 / 건설사: SsD



<남자 셋, 여자 셋>* 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세대라면 다양한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셰어하우스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1인 가구의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선택으로 몇 년을 살아도 옆집 이웃 얼굴도 모르는 단칸방 생활을 할 것이다. 최근 정착되기 시작한 셰어하우스는 3~4년 전부터 1인가구 사회문제를 해결 하기위한 대안으로 20~30대 젊은층 부터 관심을 받고있다. 공유경제,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2015년 기업형 셰어하우스가 한국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Micro-housing)은 ’마이크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2㎡ 크기 공간 14개가 모여 있는 지상 5층 집합 주택이다. 


*<남자 셋, 여자 셋>은 MBC에서 1990년대 후반,  젊은 남녀가 하숙집에서 룸/하우스 셰어를 하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청춘 시트콤으로 셰어 하우스의  로망을 만들어 냄.



마이크로 하우징 공용 공간 중 옆집과 연결되는 Tapioca Space   / 12㎡ 크기의 개인 공간휴식장소와 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계단실  - 이미지 출처  SsD 아키텍쳐


마이크로 하우징은 방의 크기나 개수, 공간의 용도 등이 일정하게 고정된 기존 주택(오피스텔, 원룸)이나 공간을 함께 쓰는 하우스 메이트와는 전혀 다른 모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주거 방식 즉, 공간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이 공간*을 충분히 마련하여 지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개인 공간을 합쳐 더 크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또한, 버려지는 복도나 비상 계단실과 같은 유휴공간을 영화를 보거나 회의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해 공간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특히, 1인 거주자가 방안에 고립되는 것이 아닌 안팎으로 활발히 이동하며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는 유연한 생활을 하도록했다. 이는 프라이버시 범위를 거주자가 결정하도록 선택권을 주어, 경제 논리에 의해 쉽게 희생될 수 있는 거주자의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전이 공간(transitional space)이란,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의 중간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공간의 기능이 뚜렷하지 않지만 장소의 성격에 따라 변화하는 동적 개념의 매개공간.


외국은 이미 1인가구의 니즈를 반영한 공간이 대형화되고 있다. 영국 런던엔 ‘하우스 콜렉티브 올드 오크(2015)’는 무려 546명의 하우스 메이트가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보다 좁은 법정 최소규정 10㎡이지만 공용 공간만큼은 영화관, 라운지, 식당, 도서관 등 문화시설로 꾸며져 있고 주말마다 벼룩시장, 영화상영 등 문화생활이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마치 문화 센터가 있는 주상복합 기숙사를 보는 듯하다. 


하우스 콜렉티브 올드 오크(2015) / 입주자라면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공용  공간 / 외부인도 참여가 가능한 셰어하우스 프로그램 - 이미지 출처 thecollective 




혼자 또 함께 ‘잘’살기위한
우리들의 자세


안 쓰는 물건부터 자동차, 사무실, 육아, 그리고 집까지 불황이 계속될수록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점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는 듯하다. 이제는 익숙해진 카셰어링은 시간과 공간의 기회, 혹은 금전적 보상이라는 이득을 얻는다. 셰어의 순간도 길어야 반나절 정도. 그러나 셰어하우스는 최소 6개월, 길면 2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며 셰어의 순간을 지내야 한다. 언론에 비친 셰어 하우스의 모습은 어떠할까? 아마 거주자들이 거실에서 훈훈하게 대화를 하며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셰어하우스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언론에 비추어진 모습이 아주 드문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셰어 서비스이든 그 의미를 갖기위해서는 
'자발성'이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어떤 셰어 서비스든 그 의미를 갖기 위해는 ‘자발성’이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전용 공간을 간소화하는 대신 공용 공간을 활용하는 자발성, 동거의 다사다난함을 즐거이 누리겠다는 자발성, 그리고 커뮤니티를 누군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생각하지 않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자발성 없이는 셰어하우스는 그저 간섭 많은 원룸, 시설 좋은 고시원일 뿐이다. 마이크로 하우징에도 타피오카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공용 공간,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마련된 전시 및 관람 공간, 정기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문화 활동은 거주자의 자발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타피오카 스페이스는(Tapioca Space) 각 세대를 연결하는 발코니 공간으로 세대를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과 동시에, 공간과 공간을 이어 확장 시켜주는 역할을 함.


물리적 문제 또한 중요한 이슈이다. 국내 몇 가지 성공 사례가 있으나 국내 1인 가구의 성장 속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위 사례처럼 이미 지어진 건물에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1인 가구 제품, 공간, 서비스는 20~30대에 맞추어져 있으나 비혼, 이혼, 고령화 등 사회 현상에 의해 1인 가구의 범위가 넓어졌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1인 가구 시장에는 위에 언급한 ‘자발성’을 깨우는 새로운 대안이 요구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자발성의 성격은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거나 공용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비대면 서비스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정서적 느낌일 수도 있다. 함께 했을 때 더 즐거운, 그래서 더 함께 하고 싶은 자발성을 일깨우는 사례를 통해 고민해 보자.


지역 주민의 자발성이 있어야 활용 가치가 생기는 커뮤니티 놀이터 / 2014,  보스턴, 하울러+윤아키텍처



건축과 공간은 그 시대의 문화, 예술, 가치를 반영한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셰어하우스 건축은 우리의 삶이 점점 독자적 형태로 가고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문제는 2030년까지 더욱 가속화된다고 하니 앞으로도 몇 번이고 더 다루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족 정책법에서 1인 가구는 가족에도 가정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사회에 대한 소속감은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의 이유이다. 그러므로 1인 가구를 ‘1코노미(1conomy)’ * 와 같은 경제적 대상이 아닌 사회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그에 맞는 정책적 대안과 함께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해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은 주거를 주호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가족과 커뮤니티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소비층

*호적(戶籍)에서 말하는 호주(戶主)의 직계 가족이나 본적지 거주자를 말함.





본 내용은 샘파트너스 'INSIGHTROOM'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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