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아웃, 공황장애...
여느때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메일을 보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쏟아져 내릴 뻔 했다. 방 안에서 혼자 메일을 보는 데도, 이 놈의 이성은, 누가 보기라도 하는 듯 그 시점에 억제제를 걸고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그게 좋은 건 줄 알았다. 누가 봐도 안정적인 이미지, 어떤 일이 들어와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한 이미지. 그렇게 나를 맞춰 왔고 그렇게 살아 왔다.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몰라도 나 자신을 잠식해 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설레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거나, 그와 관련된 발표를 하거나, 아니면 급박한 일정을 조율하려고 노력할 때. 그 때마다 콩닥 콩닥거리고 두근대는 가슴을 느끼면서 이건 도전에 대한 나의 설레임이라고 생각하며 진정을 시키곤 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 자신을 포장하고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고 쿨한듯 씨익 웃고. 그렇게 넘어가는 하루하루, 가슴의 콩닥 거림은 이제 쿵쾅거림이 되서, 호흡이 힘들어져 오고, 가슴이 쓰라리고 배가 아프고, 심지어는 두통까지 오는 상황이 되었다. 그 순간에도 그걸 어렴풋이 인지하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내 표정은 웃어야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그게 옳은 줄 알았다.
언제 부터인가 그게 옳은 게 아니라는 느낌이 들긴 했다. 기억은 희미해도. 그래서 그걸 조정해 보려고 노력도 하고, 그러다 보니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다시 이를 조정하는 내가 너무 힘이들고 피곤했다. 원래 잠이 잘 드는 체질이라 바닥에 등만 닿으면 3초만에 자는 성격이지만, 그렇게 자기 시작해서 3시간 넘게 잔 적이 최근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나 출장을 가면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서성고 밤을 새는 나날이 반복되었고, 그런 상태를 그냥 그렇게 방치하곤 했다. ‘아침형인간이라서요.’ 라는 말과 함께 나를 속이고 다른 사람을 속이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가슴의 응어리는 풀릴 길이 없었다.
끝까지 부여 잡고 있는 책임감이라는 말, 그 말 하나로 지금 어떻게든 절벽 끝에서 지푸라기에 손가락 하나 부여 걸고 버티고 있다. 이 지푸라기가 언제 끊어질지도 모르겠고, 지푸라기가 끊어질지 내 손가락이 잘리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줄타기가 계속 되고 있다.
그냥 말하고 싶었다. 너무 힘들다고 너무 스트레스라고, 울고 싶다고, 그리고 난 병이 있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그게 병인지 몰랐다고, 마이클 조던은 감기에 걸렸지만, 이를 감추고 혹은 이를 이겨내고 파이널에서 플루게임을 만들었고, 위대한 승리자가 되었다. 나도 조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모르겠다. 내가 조던이 아니었는지 이미 너무 많은 플루게임을 치뤄서, 한계치가 넘어갔는지. 단순히 그의 신발만 산다고 내가 조던이 될 수는 없었다.
이제 쉬고 싶다. 일기장에 쓰여있는 글 들중 수많은 잘해보자. 간바레 이런 글들을 무시하고, 그냥 아무 이유없이 그냥 내 생각을 적고 싶다. 일기장의 글들이 더이상 업무보고가 아니라, 그냥 수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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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처음 쓴 것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아마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경험했다기 보단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동안 괜찮다고 마음을 다 잡았던 것들이 괜찮치 않고 문제가 있었다 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했던 거 같아요. 그 후 약 3달 동안 일도 쉬면서 하와이에서 요양도 하고, 다시 일본에서 적응해 보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한국에 온게 1년 전입니다. 지금도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 상담 치료 받고 약 먹고 마음의 여유까지는 아니어도 안정을 갖추려고 노력중 입니다.그러고 보니 상담 치료 받은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점도 보이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뒤로 삶의 목표나 가치관 등도 많이 바뀌고 우선 순위나 업무를 바라보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도 종종 풀어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