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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Jul 14. 2022

우주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

거의 매일 같이 SNS와 수많은 미디어의 과학기사 section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JWST) 관련 소식은 사실 매일 봐도 전혀 지겹지 않다. 오히려 매일매일 새롭게 다가온다. JWST이 보내온 심우주의 적외선 수도 칼라 (pseudo-color) 사진부터 스테판의 5중주 같은 은하 cluster의 사진, 외계 행성의 대기 스펙트럼 데이터부터 용골자리 성운의 장엄한 이미지까지, 이미 JWST은 가동 초기부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자료를 전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JWST은 인류가 우주에 대해 얻게 된 지식을 허블 우주망원경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JWST 이전과 이후로 나눌 것임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물론 운용 예상 수명이 그리 길지는 않고 (10-20년 남짓),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셔틀을 이용하여 우주인이 직접 유지 보수할 수 있을 정도로 지구와 가까운 위치에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지구로부터 대략 150만 km 정도의 거리) JWST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일분일초가 소중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JWST은 지난한 우여곡절 끝에 작년 성탄절 즈음에 발사되어 가동에 들어간 국제 공동 거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예상 수명이 끝나는 시점에 대비하여, 그 뒤를 이을 거대 우주망원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허블이 주로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대역의 전자기파 관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에, 심우주, 외계 행성, 우주 초기 역사 등에 대한 관측을 위해서는 훨씬 더 파장이 긴 중적외선 대역의 전자기파를 지구 대기의 간섭 없이 관측할 수 있는 우주망원경은 필수적이었다. 즉, 지구 대기는 물론 복사 대역에 의해 간섭받지 않을 정도의 전자기파 대역인 중적외선에 초점을 맞춰 이 신호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 우주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자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프로젝트 가능성이 논의되었고 (당시에는 Hi-Z 거대 망원경 사업이라고 불림), 마침내 1996년 'Next Generation Space Telescope'라 명명된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초기에는 구경 8m짜리 우주망원경을 목표로 했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극 초기 예산은 대략 5억 달러 규모), 2002년에는 구경 6m짜리 망원경으로 목표가 수정되었다. 목표 수정과 더불어 프로젝트 이름은 1960년대 (1961-1968) NASA의 아폴로 계획을 진두지휘했던 NASA 국장 James E. Webb의 이름을 따서 James Webb Space Telescope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소요 예산은 오히려 물가 상승과 기술적 문제로 인해 8.2억 달러로 늘어나 있었다. 2002년 당시의 계획으로는 2010년 정도에 JWST를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개발 시기를 앞당기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NASA는 JWST 프로젝트를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ESA (유럽 항공우주국)와 CSA (캐나다 항공우주국)가 참여했다.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JWST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예산 규모는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개발과 발사에만 35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재평가되었으며, 발사 시기 역시 당초 예상했던 2011년에서 2013년으로 2년 연기되었다. ESA가 3억 유로를, CSA가 4천만 달러를 분담하겠다고는 했지만, 35억 달러 규모의 예산은 당초 예상했던 10억 달러 미만의 규모에 비해 너무도 커져 있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JWST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고 (다른 프로젝트의 예산을 침범한다는 걱정), 계속 연기되는 발사 시기에 대해 NASA는 물론 전 세계 과학자들의 애간장은 계속 녹아만 갔다.


높아지는 회의론과 의심 속에, 그리고 증액되는 예산에 대한 반발 속에서도 JWST 프로젝트는 꾸역꾸역 진행되었다. MIRI 같은 주요 관측 장비는 2007년-2010년 사이에 상당 부분 완성되었으며, 각종 장비 개발에 소요되는 예산안에 대한 리뷰 (preliminary design review (PDR), mission critical design review  (MCDR)등)도 간신히 통과될 수 있었다. 기술적 신뢰도와 수준보다는 예산 규모가 늘 리뷰 과정에서 진통을 야기했지만, 결국 MCDR 단계까지 이르러 남은 리뷰는 최종 리뷰인 independent comprehensive review (ICR)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발사 시기는 2013년이 아닌 2015년으로 연기되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ICR 단계에서 기술적 잠재적 문제들이 발견됨으로 인해 다시 현실적인 발사 시기는 2015년이 아닌 2018년 하반기로 3년이나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발사 예정 시기가 뒤로 밀릴수록 예산은 그만큼 더 많이 소요되었고, 정권의 실세들과 정책 집행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사실 그 과정에서 NASA가 제안했던 새로운 화성 탐사선이나 토성의 위성 탐사 계획들의 예산이 취소되는 아픔도 있었다.


이러한 반복된 발사 연기와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상반기, JWST의 주경 역할을 할 정육각형 모양의 거울들이 조립을 마쳤고, 주요 관측장비들의 조립 역시 2016년 말에 최종 완성되었다. 관측 장비까지는 오케이였지만, 정작 중적외선 관측에 있어 필수적인 태양광 차단막 (sunshield) 전개에 대한 기술적 문제로 인해 발사 시기는 또다시 연기되었다. 2018년 들어, NASA는 최종 발사 시기를 2020년 상반기로 예정하였는데, 몇 가지 기술적 문제가 발견되어 그 시기는 다시 2021년 3월로 연기되었다. 사실 거대과학 프로젝트가 의례 그러하듯, JWST 프로젝트 과정에서도 수 없이 많은 잠재적 문제들이 발견되었는데, 매번 발사 시기가 연기될 때마다 이러한 문제들이 튀어나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문제들은 프로젝트 전체를 실패로 몰아갈 수 있는 영향을 줄 수도 있었기 때문에, NASA의 과학자, 엔지니어들은 데드라인을 맞추는 것보다는 문제의 해결에 더 초점을 맞추며 신중을 기해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마침내 2019년 8월이 되자 JWST를 발사체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노스롭 그루먼의 공장에서 최종 테스트를 마친 후, JWST는 선박에 실려 파나마 운하를 거쳐 남미 프랑스령 가이아나에 위치한 발사장으로 옮겨졌다. 2021년 10월 12일에 도착한 JWST는 ESA가 준비한 아리안 5 로켓에 탑재되어 발사 준비를 마친 후, 몇 번에 걸친 며칠 단위의 발사 시기 연기를 거친 후 마침내 2021년 12월 25일에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한 달여 간의 여정을 마치면서 지구의 태양 공전 궤도 주변의 L2 라그랑주 지점 주변의 안정적인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였다. 이후 약 6개월 간의 장비 테스트를 거쳐, JWST는 마침내 2022년 7월 12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이틀간 JWST가 공개한 이미지와 데이터는 JWST에 실린 각종 관측 장비, 특히 NIRCam (NIR spectrum 0.6-5 um), NIRSpec, MIRI (Mid IR, 5-27 um) 같은 근적외선-중적외선 대역에 초점을 맞춘 관측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JWST은 허블 망원경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중적외선 대역의 전자기파로 대변되는 다양한 현상 (심우주로부터 비롯된 적색편이된 신호들, 원시 은하계, 우주 초기의 모습 등)을 성공적으로 관측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앞으로 최소 10년 최대 20년으로 예상되고 있는 운용 기간 중, 얼마나 다양한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주의 비밀을 알려 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마도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져다준 충격보다 훨씬 더 큰 지적 충격, 심지어 문명적 충격까지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도 워낙 우주에 대해 별 전문 지식은 없지만, 취미 생활이기도 하면서도, 근원적인 호기심을 건드리는 주제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앞으로 10-20년 간 JWST가 가져다 줄 놀라운 뉴스들이 기대된다.


사실 늘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과학의 연구는 호기심으로 촉발되어 그 열매를 맺기까지는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프로젝트 입안 초기에 10억 달러 미만 수준으로 예산이 책정되어 2007년 정도에 발사가 예정되었던 프로젝트가 왠일인지 해가 거듭될수록 소요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만가고 발사 시기는 계속 1년 2년, 심지어 3년씩 뒤로 밀리게 되었다면, 웬만한 국가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취소시키고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을 것이다. 방망이 깎는 노인이 처음엔 비용은 만원이고 한 시간이면 완성된다고 했다가, 30분 후에 와 보니 비용은 5만원이고 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가, 다시 1시간 후에 와보니 비용은 10만원이고 하루가 필요하다고 계속 미루기를 거듭한다면 그리고 비용을 높게 부른다면, 그 방망이를 사려했던 사람은 대개 방망이 사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JWST 프로젝트는 여타 다른 거대 프로젝트보다도 유난히 더 많은 예산과 연기를 거듭했다. 최종 단계에 확정된 예산은 대략 97억 달러 (운용 예산 포함), 그리고 발사 시기는 2021년 12월이 되었는데, 초기에 비해 예산은 대략 11배로, 그리고 발사 시기는 무려 14년이나 뒤로 밀린 형국이었다. 중간중간 기술적 리뷰 과정에서는 300개가 넘는 잠재적 문제가 발견되기도 했고, 일부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국제 공동 프로젝트가 되다 보니 각 국 간에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심지어 2019-2021년 사이에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개발 인력들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환경 속에 예상치 못 한 문제들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모두가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본 발사, 라그랑주 지점까지의 한 달여간의 여정, 그리고 6개월 간의 시험 운용과 마침내 공개된 초기 관측 이미지를 얻기까지, 중적외선 대역으로 우주의 비밀을 더 알아내겠다는 호기심은 40여 년 간의 기다림과 10억 달러라는 비용을 발판으로 수많은 인내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위대한 과학적 성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끝도 없는 기다림과 문제를 버텨내는 인내, 그리고 한없이 증액되는 예산에 대한 가열찬 반대 여론을 이겨내면서까지 이 JWST이라는 망원경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회의가 들 수도 있다. 그 돈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을 교육하고 생명을 살리고 전쟁을 예방하고 지구 기후위기 연구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반대이며 또한 생각해 봐야 하는 지점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오랜 시간과 거대한 자본과 수많은 재능을 집약시켜 LHC나 LIGO나 Event Horizon Telescope나 JWST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끌어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류 지식과 문명의 진보를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인간다운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절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먼 거리의 천체에서 비롯된 중적외선 대역의 분광 신호가 도대체 인류의 죽살이에 뭔 상관이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데이터들이 누적되어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가 높아지고, 인류에게 닥친 현재의 혹은 앞으로의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하고, 나아가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때 핵심적인 기초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인류가 아직은 그 호기심을 가꾸어 인내할 수 있는 지적인 성숙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에게 호기심이 있는 한, 앞으로도 JWST의 뒤를 이을 새로운 우주망원경이 탄생할 것이고, 지구 스케일의 전파망원경이 강화될 것이고, 더 강력한 고에너지 물리학으로 새로운 입자를 발견할 것이며, 인류가 가보지 못 한 심해의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는 기껏 해봐야 100년 남짓이나 살고 결국 스러져 가겠지만, 인류가 쌓아 온 지적 문명의 성과와 역사는 앞으로도 더 지속되고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한, 호기심으로 촉발된 연구가 인내를 거쳐 하나의 과학적 연구 성과로, 그리고 인류 문명의 진보라는 결과로 탄생하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호기심은 참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다. 이것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치지 않고 과학의 연구 과정을 거쳐 수 없이 많은 도전을 인내하여 지적 문명의 결정체가 조금 더 밝아질 수 있다면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한번 JWST의 모든 성과와 그 여정의 첫걸음을 응원하고, 앞으로 JWST가 가져다 줄 모든 서프라이즈를 기대한다. JWST 역시 허블 우주망원경처럼 임무를 마치고 언젠가 지구로 추락하거나 우주 미아가 될 운명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JWST가 쌓아 올린 굳건한 과학적 토대 위에 또 인류는 더 새로운 지식을 찾아 떠날 수 있는 항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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