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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중국몽을 꿈꾸는가?

엔비디아는 풀스택 AI-반도체-physical AI를 전부 원한다.

by 권석준 Seok Joon Kwon

엔비디아가 생각할 법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이제부터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좁게 본다면 자사 중심으로 AI-반도체-physical AI 연합 공급망을 새롭게 조정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으나, 넓게 본다면 첨단 산업의 패권이 대만-중국, 즉, 중화권으로 넘어오는 기류를 미리 읽고 선제 포석을 두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엔비디아는 CEO 젠슨황도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본사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으며, 나스닥에 상장한 엄연한 미국 기업이므로 엔비디아 자체가 중화권 기업이 되는 시나리오가 근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 예단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중심이 중화권으로 옮겨가는 상황에 엔비디아가 적극 대처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키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리더십을 보이려는 것은 이제 확연한 현상으로 관찰된다.


최근 젠슨 황은 대만에 방문하여 타이베이 북부 베이터우-스린 사이언스파크 부지에 NVIDIA Constellation이라는 일종의 대만 지사 확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의 대만 오피스가 포화되어 더 큰 오피스가 필요하다는 것. 대략적인 규모는 1천여 명의 AI 반도체 R&D 인력을 추가 채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 주요 목표는 AI 슈퍼컴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만의 Digitimes 등은 호들갑을 떨며 NVIDIA Constellation은 사실상 대만에 짓는 엔비디아의 HQ급이라고까지 이야기했으나, 엔비디아는 이것이 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HQ급이거나, 애초에 HQ이라고 언급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규모로 보나, 그 의도로 보나 사실상 아시아권 HQ급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쨌든 엔비디아가 대만에서의 비즈니스 행보를 더 적극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동기는 위에 언급한 AI 슈퍼컴 공급망의 최적화다. 우선 엔비디아의 GPU, NVlink 스위치칩은 100% TSMC의 2-3 나노 공정과 CoWoS 패키징, 그리고 전 세계 패키징 1위 업체인 ASE의 OSAT으로 제조된다. 여기에 대만의 폭스콘, 퀀타, 위스트론 같은 대형 서버 개발 업체들이 GPU AI server를 제조하는 식으로 공급망이 구성된다. 특이한 것은 이들 업체들은 타이베이-타이중-신주 등을 중심으로 대략 반경 100 km 이내의 좁은 영역에 대부분 들어온다는 것이다. 즉, 지리적으로 인접한 업체들이 기술적으로는 더욱 밀접한 관계를 이루면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이루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대만 정부는 국가 AI 슈퍼컴 제조를 위한 일명 AI Factory 건설을 발표했는데, 이 AI factory는 단순히 GPU 같은 AI-specific chip이나 서버를 만드는 것을 넘어, 본격적으로 물리적 AI나 Omniverse digital twin 등으로 AI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즉, 엔비디아는 대만 정부와 기업들과 함께, beyond AI 밸류체인을 구성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대만 정부는 행정원 경제부에서 Supreme A+ 프로그램을 통해 대략 2억 달러 이상의 인센티브를 이러한 클러스터 참여 기업들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을 포함한 해외 인력들이 대만의 AI 프로젝트에 자유롭게 참여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 (예를 들어 글로벌 AI 허브 인재 특례, 비자 제도 등의 법적 신분 보장)을 마쳤다. 대만은 한국보다 훨씬 더 반도체, AI 쪽으로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 집중된 인재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내국인 외국인 합쳐서 연 1.5-2만 명 규모의 석박사급 인력이 나온다. 대만 정부는 여기에 더해 추가적으로 0.5-1만 명 규모의 외국인 대학원생, 포닥 비자를 확대하여 대만에서의 첨단 산업 인재 파이프라인을 추가하려 하기도 한다.


엔비디아가 던진 카드에 대해 대만의 TSMC, ASE, 폭스콘, 퀀타 같은 기업은 물론, 대만 정부가 적극 화답하며 대만은 바야흐로 AI-반도체-Physical AI의 모든 영역에서 밸류체인을 대만 중심으로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대만 자체는 작은 나라이고, 따라서 시장이 작다는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새롭게 구성하려는 밸류체인이 대만만 생각하여 만드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 결국 그 밸류체인이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AI, 반도체, 그리고 제조업 시장이다.


엔비디아는 대만에서의 비즈니스 확장 전에도 미국 정부의 제재 라인에 간신히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스펙 조절하며 중국 맞춤형 비즈니스 전략을 취해 왔다. 예를 들어 H100 대중 수출이 막히자, H20을, H20도 막히게 되자, H20 lite 등으로 점점 다운그레이드한 개량형 GPU를 중국으로 대량 수출하고 있다. 중국도 이러한 다운그레이드 개량형 GPU가 원래의 칩보다는 성능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HW+SW 최적화로 그 성능 저하를 충분히 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한 장이라도 더 많은 GPU를 확보하려 돈을 아끼지 않는다. SW+HW 최적화로 성능을 메꿀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중국의 AI 업체인 딥시크가 작년부터 계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이는 엔비디아에게 위협이자 기회로 양방향의 자극을 주었을 것임은 확실하다.


특히 딥시크가 올해 초에 공개한 R1 모델들은 토큰생성 비용이나 훈련 비용이 오픈AI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물론 그 비용 절감 정도는 다소 과장된 수치이긴 했다.), 그 딥시크가 H100도 아니고 H800 같은, 이른바 1/20 짜리 성능 열화버전 GPU만 가지고도 오픈AI와 비슷한 성능의 LLM을 만들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쇼크로 다가왔다. 특히 딥시크는 열화 된 버전의 GPU를 가지고도 다양한 최적화를 통해 GPU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였고, 이를 githut에 오픈해 버림으로써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굳이 비싼 GPU를 사느라 천문학적 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을 주었다. 예를 들어 딥시크가 이룩한 HW 혁신에는 열화 된 GPU의 제한된 메모리 버스 활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dualpipe 기술이 있는데, 이를 통해 ZB1P 방식보다 더 적은 메모리를 사용하면서도 메모리 레이턴시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신경망 업데이트 과정에서 역전파, 순전파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pipepline bubble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대기시간의 최소화) 여기에 더해 여러 장의 GPU를 사용할 때, GPU 간 계산 자원의 최적 분배를 위해 EPLB (expert parallelism load balancer) 같은 MOE 최적화 알고리즘, 그리고 그를 HW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DeepEP 같은 GPU-to-GPU communication library를 개발함으로써 다량의 GPU 가 집적된 서버에서 학습과 추론 모두 시간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혁신을 이뤄냈다. 이러한 딥시크의 HW+SW 최적화 라이브러리 개발, 그리고 그것의 오픈소스화는 고가의 GPU 독점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던 엔비디아에게도 쇼크였을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쇼크로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또 하나의 비즈니스 기회로 보았다.


중국은 이미 엔비디아에게 있어 가장 성장률이 높은 AI 반도체 시장이다. 여전히 볼륨은 미국이 제일 크지만, 현재의 성장률로 추산컨대, 중국 시장이 미국 시장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인지된다. 젠슨 황 스스로도 중국 AI 반도체 시장은 곧 5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으며, 이는 중국 AI 반도체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여전히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같은 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AI 반도체에 대해 강력한 기술적 제재를 풀어줄 생각이 없으므로, 엔비디아는 중국으로의 수출 유지를 위해 H800, H20 lite (7월 출시 예정) 같은 개량형을 끊임없이 만들면서 미국 정부와 가느다란 선 하나를 놓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벌인다. 중저가형 개량 GPU 말고도, 가칭 Blackwell-CN 같은 중국판 Blackwell GPU도 수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실상 기존의 Blackwell과 아키텍처는 동일하고, FP precision 정도만 조절한 수준의 동일한 GPU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젠슨 황은 이미 지난 4월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차례로 방문하며 중국무역촉진회, 부총리, deepseek 창업자 등과 만나 협력 의지를 확인한 바 있으며,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물론 엔비디아가 속도 조절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엔비디아 정체성이 흔들릴 정도의 대만-중국 비즈니스 확장에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AI,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높을 것이므로 비즈니스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하되, 철저하게 미국 정부의 규제 라인을 지키는 전략을 당분간 쓸 것이다. 간신히 유지하던 얇은 라인을 자꾸 침범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엔비디아도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H20, H20 lite 같은 버전마저도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고, 아예 그 어떤 열화 버전도 이제는 대중 수출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젠슨 황 자체가 미국에서 보기에는 '대만계' 미국인일 뿐이므로, 언제든 미국 정가에서는 엔비디아나 젠슨 황에 대한 핀포인트 제재가 시범 케이스로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중국-대만 사이의 양안긴장이 더 높아지고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모든 이슈를 지정학이 잡아먹게 되므로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전략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현재로서 엔비디아는 이러한 리스크를 헷징 하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충분한 수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영향력을 확장하는 전략을 쓰는 중요 포지션을 대만에서 잡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즉, 대만은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에 있으므로, 대만에서의 밸류체인 개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동시에 지근거리의 중국 시장도 타깃으로 삼을 수 있으므로 지정학적 밸런싱을 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이지만, 중국으로 대만 엔지니어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대만으로 중국 유학생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인적 교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대만을 중심으로 엔비디아가 만들고 있는 밸류체인은 그 자체로 중화권의 밸류체인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막말로 중국 유학생이 대만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타이베이 엔비디아 컨스텔레이션에서 중국 수출향 GPU 설계에 참여한 후, 그 경력으로 알리바바나 화웨이, 딥시크나 바이두 같은 중국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미국이 일일이 추적하고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대만을 중심으로 펼치려는 밸류체인 영향력의 확대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1) 수출항목 재분류(EAR 744.6, 742.6(c)) 같은 장치는 열화 된 GPU 마저도 고성능 품목으로 미 정부가 지정하는 시나리오인데, 이 경우 중국 수출 라이선스가 자동 거절된다. 이 경우, 중국향 매출은 사실상 0으로 수렴하며, 대략 170억 달러의 시장이 날아감을 의미한다. 두 번째 카드는 2) 온-칩 위치검증 의무화(CHIPS act)인데,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칩에 GPS, e-SIM을 설치하여 일종의 위치락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이 칩들이 중국 네트워크에 연결될 시 자동으로 차단되는 일종의 킬스위치다. 이러한 GPS, e-SIM 추가 설치는 제조 비용의 상승을 야기할뿐더러, 우회 수출을 트래킹 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되므로, 중국에 대한 간접 수출길도 막힌다. 세 번째 카드는 3) 대만에 설치되는 엔비디아 컨스텔레이션마저도 엔티티 리스트로 등재하는 것이다(EAR supp. 4, OFAC SDN). 이 카드를 발동하면 엔비디아 대만 지사는 미국의 원천기술이 1%라도 들어간 기술이나 장비의 활용이 원천 금지된다. 이 경우, TSMC에서의 생산이 막히게 되며, 따라서 전체 매출의 무려 70%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마지막 카드는 4) CHIPS act 가드레일 위반 제재 발동(15 C.F.R. 231)이다. 칩스법에 따라 미 정부의 보조금을 수령한 기업은 수령 후 10년 이내 중국에 대해 30 나노 이하급 미세 공정이 활용된 반도체를 수출하거나 투자할 시, 보조금 환수 + 2배의 벌금을 맞는다. 엔비디아 받은 보조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략적으로 직간접적으로 25억 달러까지 추징이 예상된다.


보수적 시나리오는 1, 혹은 1+2 정도의 카드다. 이 경우 중국 매출 손실은 170억-175억 달러 수준, 벌금은 10억 달러 수준, 순이익 감소는 90-120억 달러 수준이다. 극단적 시나리오는 1+2+3, 혹은 1+2+3+4까지 확장되는데, 이 경우, 순이익 감소는 무려 400억 달라까지도 예상된다. 엔비디아에 대해 미 정부가 극단적 카드까지는 꺼낼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이 받게 되는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1 혹은 1+2까지의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이 경우, 연 10억 달러 내외의 순익 감소를 예상해야 할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러한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도 대만+중국으로의 비즈니스 확장에 베팅을 하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추가로 확보해야 이른바 똔똔이 되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7년까지 연 5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중국 AI 칩 시장에서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30% 정도로 점유를 할 것이라 보수적으로 가정해 보자. 그러면 대략 150억 달러 정도의 매출이 나온다. Blackwell-CN 같은 중국판 GPU가 대략 8천 달러 수준으로 (H20 대비 25%), 가격이 책정되어도 이익률은 50%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물론 대만-중국에서 파운드리, HBM 비용을 절감한다는 가정 하에), 영업이익은 70억 달러 수준은 될 것이다. 이는 연 10억 달러 수준의 수익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문제는 매출에 대한 방어 전략보다, 미국이 영향력을 미치는 공급망에 대한 리스크 헷징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정말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흘러가는 형국이 된다면, 엔비디아는 밸류체인의 복수화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GPU 설계에 활용하는 EDA, IP 라이언스는 대부분 미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영역에 있다. 이미 미 상무부 BIS는 2022년 GAAFET EDA를 제재 대상에 추가했으며, ECCN 3D006에 따라 제재 대상 업체에서는 GAAFET 패키지가 포함된 EDA suite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먼저 제대 대상이 된 기업은 다름 아닌 중국의 화웨이다. 만약 엔비디아가 이러한 EDA suit 활용이 어려워질 경우, 당장 2 나노, 1.4 나노 노드용 RTL-to-GDS flow 업데이트부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차세대 GPU 개발의 지연이 1년 이상 늘어난다. 재설계와 툴치환뿐만 아니라, 테스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비용도 10억 달러 이상 추가될 것이다. 미 정부가 이에 더해 확장 FDPR로 엔비디아의 제조 파운드리 파트너인 TSMC까지 제재 대상으로 추가할 경우, TSMC의 3 나노 라인에서 GPU 생산이 어려워진다. 이론적으로는 엔비디아가 이를 우회하여 삼성이나 인텔에서 GPU 제조를 시도할 수 있으나, TSMC가 사실상 엔비디아만을 위해 3 나노 라인의 일부를 최적화한 수준을 삼성이나 인텔이 단기간에 재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적어도 1년 이상의 공백이 생김을 의미하며, 따라서 매출 60% 이상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TSMC에 대한 제재를 넘어, 엔비디아가 거래하는 파운드리에 대해 미 정부가 장비 세컨더리 제재 카드까지 꺼내든다면, 미국 장비 회사들의 TSMC, 삼성파운드리 등으로의 공급이 막힌다. 이미 미 상무부 BIS는 2024년 11월 TSMC에 대해 Sophgo 건으로 10억 달러의 벌금을 매겼는데, 이는 앞으로 닥칠 제재에 대한 사전 경고문일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 입장에서 chokepoint가 될 수 있는 기술은 EDA + IP 다. 엔비디아 블랙웰 B100/200은 80억 개의 트랜지스터 집적을 위해 2 나노 GAAFET 공정을 활용하며, 물리 설계는 물론, 신호 무결성 검증과 3D-IC 패키징까지 모두 시놉시스 Fusion이나 케이던스 Innovus, 지멘스 Calibre 등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구동된다. 미 정부가 이를 핀포인트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ECCN 3D006 (GAAFET EDA), 5E002(Encryption IP), 3 E991(14 나노 이하급 노드 기술 통제) 등인데, 제재 대상으로 오를 시, NLR(No license required)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므로, 향후 모든 EDA suite 업데이트가 금지되고, 클라우드용 런타임 활용도 제재를 받는다. 이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중국의 EDA(예를 들어 Empyrean, Primarius 등)는 아직까지 기술력이 부족하며 (28 나노 수준), 오픈소스로 알려진 OpenRoad-flow도 16 나노 이하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다.


엔비디아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TSMC도 제재대상이 될 수 있는 초크포인트가 있다. 확장 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에 걸릴 경우, 화웨이가 당했던 방식으로 똑같이 당할 수 있다. 즉,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도 '미 원천기술이 들어간' 경우라면 미국 수출통제 대상이 되는 조항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TSMC에 들어가는 미국산 장비와 유지보수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인데, 따라서 TSMC가 FDPR 대상으로 오르게 되면 타격은 매우 크리티컬 하다. 이는 벌금 차원을 넘어 장비 면허 자체 정지(denial order)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제재 카드를 미국 정부가 함부로 꺼낼 수는 없다. 미국 장비 회사들의 매출 절반 이상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 차단보다는, 위반 건별 과징금과 최첨단 노드 증설 라이선스 딜레이 등의 소프트 제재부터 꺼낼 것인데, 사실 그러한 소프트 제재부터가 엔비디아나 TSMC에게 매우 안 좋은 시그널로 작동하여 두 회사의 주가에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단계의 시나리오를 이미 상정하고 있을 엔비디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그리고 더 멀리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며 비즈니스 영향력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현실적으로 당분간 택하게 될 전략은 밸런싱 전략이다. 제품 스펙, 공급망, 거래 구조, 거버넌스 및 정책 대응의 모든 측면에서 철저하게 분리와 이중화 노선을 취하는 것이다. 미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허용하는 범위까지 최대한 밀어붙여서 블랙웰-CN이나 H20 lite 같은 중국향 SKU를 확대하고, 이를 위해 아예 처음부터 10-15% 정도의 마진을 두고 설계를 할 것이다.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중국향 칩에는 칩 내부에 F/W 플래그를 추가하여 미 정부의 칩 성능 통제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단을 몇 개 더 마련해 둘 것이다. 여기에 동적 지역코드를 추가하여 중국향 GPU들이 기술안보 아이템이 되지 않게 만드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고 (예를 들어 해외, 군사용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precision 강제 하향), CUDA-enterprise, Omniverse-Cloud 등을 대만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분산시켜 중국 고객으로 하여금 분산된 서버에서 API를 사용하게 유도할 것이고, HW는 해외 호스팅 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려 할 것이다. 이런 방법은 물리칩 없이도 중국계 AI 기업들이 계속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중화 정책을 중장기로 추진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TSMC 애리조나 팹 활용 카드로 생각할 것이다. 애리조나 팹은 현재 4, 3 나노 공정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미 2 나노급 보다 스펙이 떨어지므로, 중국향 열화버전 GPU를 만들기에 오히려 적합하다. TSMC 애리조나 팹은 미국 현지 팹이므로, FDPR 적용을 받긴 하나, 정치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초크포인트가 되는 EDA, IP 의존도 완화를 위해, 엔비디아는 중국 EDA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림과 동시에, EU, 일본, 한국, 인도 등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협력 강화, 내부 클라우드 EDA툴 자체 개발 등으로 위험을 분산하려 할 것이다. 특히 RISC-V, SerDes 같은 해외 IP 툴 확보로도 IP 의존도를 낮추려 할 것이다. 패키징에서의 병목도 피하기 위해, 미국 패키징 회사인 Amkor와 공동으로 TSMC 애리조나 팹에서 CoWoS 이중화를 추진할 것이고, 말레이시아 SPIL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려 할 것이다. 이들 패키징 라인에서 제조된 칩들은 TSMC CoWoS 만큼은 아닐 것이므로, 중국향 GPU를 감당하는 라인으로 활용하면 된다.


사실 이렇게 여러 단계로 리스크 관리 단계를 만들어 둔 후, 엔비디아가 계속 대만-중국으로 연계되는 시장에 공을 들이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엔비디아는 이미 AI 그 너머의 시장을 본다. AI학습이나 추론은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그것을 실물 경제에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고객사들이 폭증하는 추세를 읽는다. Physical AI 시장에서 가장 AI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제조업 점유율이 높은 중국이다. 중국은 조만간 미, 독, 일, 한, 인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높은 비중의 제조업 점유율을 갖게 된다. 사실상 글로벌 절반이다. 중국의 제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로봇을 도입하고, 가장 빠르게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며, 가장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한다. 실세계 AI를 자율제조, 에너지절감, 불확실성 해소 등에 활용하는 physical AI는 엔비디아의 omniverse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도록 설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성형 시뮬레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이나 비전에서는 Issac/Metropolis, 실시간 경로 찾기나 조합최적화에서는 cuOpt, 반도체 공정에서는 cuLitho 등으로 이미 라인업이 맞춤형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들 라이브러리는 스택화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클라우드형 (blackwell DGX), 엣지형(Jetson Thor), Omniverser 형 디지털트윈 등이 각 목적에 따라 여러 단계에서 연계될 수 있다. 즉, 훈련-검증-실행이 엔비디아가 만든 파이프라인에서 구동될 준비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에서 부가가치를 무려 4-5 T$씩 만들고 있고, 스마트팩토리만 3만 곳이 넘으며, AI SW 시장이 1490억 달러에 육박하고, 정부 투자도 그에 비견되는 규모를 동시에 가진 중국은 바로 이러한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증폭되기에 딱 좋은 시장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폭스콘과 대만 정부와 합작하여 AI factory를 만들었는데, 이를 중국 텐진이나 선전 등의 산업 단지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고, 이를 위해 1만 장 이상의 Blackwell-CN을 동반 수출하는 것을 골자로 세웠다. 스마트팩토리 파트너로서도 이미 중국의 Winstron, BYD, SAIC, 중국의 주요 철강회사와 자사의 Omniverse로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는 협정을 맺었으며, Winstron에서 blackwell DGX/HGX의 라인이 실증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서도 엔비디아는 Issac-SIM/THor를 중국 장쑤, 광둥성의 가전, EV 공장에 확장 도입하고 있고, 이미 중국의 30개 로봇 SI가 엔비디아의 파트너사로 등록했다.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에너지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의 State grid, 중국석유화공과 설비예측, 예지보전 등의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의 Genomics-China와 유전체 분석 등에 엔비디아의 Clara-Parabricks PoC를 진행한다. 특히 바이오 쪽은 엔비디아가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인데, 이에 맞춤형으로 Clara-based HPC 노드를 500대 중국에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physical AI 시장에서의 중국과의 파트너십은 엔비디아에게 있어 미래 시장 그 자체이므로 포기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의 제재 라인 아래에서 최대한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포석을 확대하려 할 것이고, 당분간 대만에서 테스트를 거치며 기회를 보다가, 진출 속도를 가속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 그리고 대만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꿈꾸는 영향력은 장기적으로는 대만-중국을 아우르는 AI-반도체-제조업-바이오-에너지 전분야를 아우르는 영향력 확대, 그리고 핵심 중심지로의 부상이다. 젠슨 황의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으나, 젠슨 황도 양안 긴장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대만-중국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의 확장이 결코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것임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나 업체들도 현재로서는 엔비디아나 TSMC의 압도적 기술력, 영향력을 인정하며 파트너십을 맺으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술 내재화가 더 진행되면 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대만-중국에서 벌이려는 새로운 개념의 수직계열화된 종합적 AI 파이프라인은 그 자체로 그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요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중국이 대만을 통일하려는 이유는 정치적 목적도 있지만, 경제적 목적도 있는데, 사실상 대만의 생산 기지와 반도체 밸류체인을 중국의 하나의 성처럼 자유롭게 활용하게 된다면 굳이 정치적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여 글로벌 혼란을 일으키고 스스로 제재 대상일 되려는 위험을 감수할 동기가 약해진다. 특히 인적교류, 기술교류, 미국을 벗어난 공급망의 재편은 중국 입장에서도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으므로, 젠슨 황의 의도에 당분간 맞춰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 생각일 뿐이지만, 결국 젠슨 황이나 대만 기업들도 the greater chinese valuechain 자체가 만들 영향력이나 규모의 경제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보다 확실한 기반 위에서 형성하여 중화권 산업 핵심 경쟁력을 가져오려는 의도에 동참할 수도 있다.


어제 쓴 1부에서는 이러한 전략 하에서 한국의 메모리 메이커들이 근본적인 혁신이 없을 경우, 이러한 새로운 밸류체인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했지만, 사실 그러한 위험에 빠질 나라는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싱가포르, 동남아 각국도 그러한 영향권 내에 들어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의 주요 경제권이 이런 방식으로 중화권에서 서서히 편입되는 추세를 얌전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구도로 고착화되기 전에 여러 조치들이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제재 카드들이나 중국에 대한 보다 강력한 견제책이나, 심지어 밸류체인의 decoupling 등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꺼내 들어야 하는 카드는, 이제 자국에서 충분히 수직계열화될 수 있는 산업 밸류체인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기술-자본-인력의 어느 한 요소라도 충분히 압도적인 경쟁력이 없다면 이를 이룩하기 어렵다. 미국은 그간 이 세 요소를 개방성과 혁신에 대한 투자,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대외정책으로 이끌어 왔지만, 이제 미국은 그 어떤 요소에서도 확실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정말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화권으로 산업 중심이 쏠리기 전에 첨단 산업부터 단속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현재의 미국 리더십으로는 그러한 전략이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 보인다.


그러면 앞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 이는 3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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