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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준 Seok Joon Kwon Oct 02. 2021

SNS의 에코 챔버 효과

왜 주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가?

2021년 기준,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는 27억 명,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1억 명, 왓츠앱은 20억 명, 트위터는 4억 명이다. 이들의 숫자만 합해도 지구 상 인구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중복된 숫자도 있을 것이지만, 이외의 다른 여러 SNS 서비스 이용자 숫자를 따지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SNS 사용자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 형성 그리고 정보 습득 도구로서 SNS가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뜻도 되지만, 한 편으로는 SNS가 아니면 이제는 그러한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사용자들의 네트워크로 인해 기존의 방식으로는 획득하는데 많은 에너지나 시간이 들어가는 정보들을 조금 더 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SNS는 관계와 정보의 고속도로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그 정보들이나 관계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것은 제각각이다. 반면, SNS가 비록 효과적인 관계망 수단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SNS는 이제 SNS는 정보 노출이라는 해악, 그리고 에코 챔버 효과라는 단점으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지는 플랫폼이 되어 가고 있다. SNS를 자주 할수록 결국 사용자의 정보는 불특정 다수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사용자가 작성한 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경로로 공유되거나 박제되어 어딘가에서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퍼져갈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사용자에게 해가 될 소지가 있다. 이렇듯, SNS는 해악과 메릿이 중첩된 플랫폼이고, 특히, 페북의 경우, 플랫폼의 특성상, 이 중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거의 찾기 불가능할 것이다.


SNS에 글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에게 글이 읽힌다. 그리고 페친이든 아닌 분들이든, 전체 공유 글에는 자유롭게 코멘트를 붙일 수 있는데, 어떤 분들은 소중한 코멘트를, 어떤 분들은 가끔 예의라고는 찾기 힘든 코멘트를 주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코멘트든 정보의 흐름, 그리고 토론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반드시 필요한 재료들이다. 페북이 페북만의 SNS 플랫폼 장점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코멘트들이 훨씬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격려의 의미든, 공격의 의미든, 예의가 갖춰진 코멘트든, 예의를 잃어버린 코멘트든, 일단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의가 없거나, 개념이 없거나,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거나, 원 글쓴이의 의도를 넘겨짚거나, 필요 없는 조언을 마구잡이로 주시거나,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훈수를 두시거나 하는 등의 코멘트에 대해,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큰 스트레스를 받으실 수 있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유로 SNS을 그만둔 이용자들이 있기도 하다. 당연히 자신의 SNS은 자신의 것이니, SNS 계정을 폐쇄하거나 살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굳이 스트레스로 느끼는 분위기라면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정보의 흐름이라는 큰 그림을 생각할 때, SNS을 계속하겠다면, 다소 개인적인 민감함을 감추고서라도, 어떤 코멘트든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 완전히 차단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물론 너무 마이동풍이거나 개인-가족 등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거나, 종교-정치 논의를 과열차게 하는 코멘트는 결국 차단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정보의 흐름에서 왜 이런 코멘트가 중요한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아주 단순한 상미분 방정식 (ODE) 모형을 생각해 보자. 원글을 쓴 사람이 페북에 어떤 포스팅을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아주 러프하게 이야기해서, 그 포스팅에 달리는 코멘트는 긍정적인 (예를 들면, 응원한다든지, 찬성한다든지 하는 등, Positive (P)로 칭함) 경우, 중립적인 경우 (예를 들면, 있을 수 있다든지, 정보를 보강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든지 등, Neutral (N)으로 칭함), 그리고 부정적인 (예를 들면, 그 정보가 틀렸다든지, 의견에 반대한다든지 하는 등, Skeptical (S)로 칭함)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시점 t에서의 이들의 코멘트 개수를 각각 P(t), N(t), S(t)라고 하자. 각 코멘트에 대해 글쓴이가 답변을 달 확률을 각각 rp, rn, rs라고 하자. 편의를 위해 이 확률들은 상수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다음 (즉, t+1 시점) 포스팅에 대해 다시, P, N, S의 입장을 갖는 코멘트는 몇 개나 달리게 될까? 물론 이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수학적 모형화가 가능하다.


P(t+1) = P(t) + rp*P(t)

N(t+1) =N(t) + rn*N(t)

S(t+1) = S(t) + rs*S(t)


여기에,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코멘트는 대개 P 아니면 S로 옮겨가는 경향을 고려하여, 이들의 확률이 t시점에서의 P와 S의 코멘트 비율에 의존하는 것을 고려해 보자. 그렇다면,


P(t+1) = P(t) + rp*P(t) + rp*P(t)*N(t)/(P(t)+N(t)+S(t))

N(t+1) =N(t) + rn*N(t) - rp*P(t)*N(t)/(P(t)+N(t)+S(t)) - rs*S(t)*N(t)/(P(t)+N(t)+S(t))

S(t+1) = S(t) + rs*S(t) + rs*S(t)*N(t)/(P(t)+N(t)+S(t))


로 확장하여 표현할 수 있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순차적으로 100개의 포스팅을 하는 경우 (즉, t = 1:100)에는 각 경우의 코멘트가 전체 코멘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게 될까? 


일단 원글의 주인장이 매우 기계적인 사람이라, 모든 코멘트에 대해 모두 반응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rp = rn = rs = 1/3이 된다. 이 경우, 첫 번째 그림 1처럼 됩니다. 당연히 예상하다시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코멘트와 부정적인 코멘트가 정확히 반반씩 수렴하며 분포하게 된다. 정보의 엔트로피는 어떨까? 샤논의 정보 이론에 따라, 정보 엔트로피 S는 S = -sigma(prob.*(log(prob)))를 이용하여 계산할 수 있다. 그 결과 그림 2처럼, S = 0.6931이라는 값으로 수렴한다.


이번에는 원글의 주인장이 다소 부정적인 코멘트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 긍정적 코멘트에 주로 반응하는 경우, 예를 들어, rp = 1/2, rn = 1/4, rs = 1/4 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그림 3처럼 된다. 예상하다시피, 대략 20번 정도의 포스팅이 흘러가면, 긍정적인 코멘트들이 완전히 전체 코멘트를 지배하게 된다. 이른다 에코 챔버 (echo chamber)가 단단하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neutral은 물론, skeptical comment의 비율은 점점 0으로 수렴하여, 40개의 포스팅만 되더라도 사실상 0이 됩니다. 이로 인해, 정보의 엔트로피 역시 그림 4처럼, 급격히 감소하여 40개 정도의 포스팅에서는 사실상 0으로 수렴한다. 정보의 다양성이 제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주인장이 편향을 싫어해서 Neutral에 주로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식이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rp = rs = 0.2, rn = 0.6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그림 5처럼, 결국 포스팅에서 Positive, Negative 영향은 0으로 수렴하고, Neutral 한 코멘트들이 득세를 하게 된다. 당연히 이 결과는 그림 6처럼 information entropy 역시 0으로 수렴하게 만든다.


이 간단한 ODE 계산이 SNS 글타래 동역학을 설명하는 지배 방정식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풍성함과 교류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자신을 응원하는 코멘트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코멘트에 반응하지 않거나 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SNS를 갇힌 공간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싶었을 뿐이다. 기계적 중립을 취해, 오로지 점잖고 중립적인 코멘트에만 반응한다면, 결국 그런 류의 코멘트들만 살아 남아, 정보의 퀄리티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SNS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오프라인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부분일 것이다. 오히려 일면식도 없고 사전 정보도 없기 때문에, 오로지 정보의 교류에만 초점을 맞춰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가능할 것이다. 원글자의 눈치를 보거나 원글자의 기분을 헤아려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고, 정보의 교류 범위를 축소한다면,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개인을 불필요한 inner space에 가두는 효과 밖에는 내지 못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와의 정보 교류가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면, 결국 SNS를 떠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정보의 가치는 늘어날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sns, 특히 페북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점점 더 오프라인 상에서 직접 관계를 맺는 것보다, 온라인 상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이 지구 상에 출현한 이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가장 큰 본성은 사회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회성이 앞으로도 약해지지 않는 한,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관계를 만들어 가려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도구로서 온라인 상에서의 방법, 특히 SNS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을 텐데, 정보와 의견의 교환 과정에서 과연 에코 챔버가 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간단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사람의 본성은 결국 인정받으려는 욕구에 달려 있고, 이 욕구를 강제적으로 제어할 수 없으므로, 에코 챔버 현상, 그리고 관계의 휘발성이 강해지는 현상은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해 결국 개인의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스스로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 그리고 관계를 통한 의견과 정보 교환에 대해 일정 부분 늘 critical thinking을 하는 것일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신의 삶과 사회적 관계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고, 그 수단으로써 SNS를 활용한다면 그 SNS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계를 알아 두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림 1
그림 2
그림 3
그림 4
그림 5
그림 6
그림 7
그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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