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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ourney Apr 15. 2021

프러포즈의 추억, 마놀로 블라닉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프러포즈 슈즈로 마놀로 블라닉이 등장했다. 극 중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은 '캐리 브래드 쇼(사라 제시카 파커)'에게 파란 마놀로 블라닉 슈즈로 프러포즈를 한다. 화려한 뉴욕을 배경으로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4명의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마놀로 블라닉을 사랑하는 캐리의 행복한 모습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된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008


<섹스 앤 더 시티>에서 극 중 빅이 캐리에게 마놀로 블라닉 힐을 신겨주는 모습은 명장면 중 하나다. 이때부터였을까. 많은 여성들의 '꿈의 웨딩 슈즈'라는 별명으로 아직까지 예비 신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파란색은 보는 자체로 신비스럽고 고급스럽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008


영국에서는 빅토리와 여왕 때부터 내려오는 결혼 전통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파란색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something blue'가 이들이 결혼식 때 지키는 4가지 전통이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할 때 블루 사파이어로 장식된 다이아 반지로 청혼하기도 했다. 이것은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 故(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약혼할 때 받은 반지이다. 파란색은 왕실(royal)을 상징하는 고귀한 의미도 가지고 있다.


故(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블루 사파이어 다이아 반지를 착용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윌리엄 왕자, 2011


나의 웨딩슈즈도 마놀로 블라닉이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각양각색 매력을 보이는 다양한 구두들이 있었지만, 마놀로의 파란 웨딩슈즈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와 빅의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면이 하나의 로망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마놀로 블라닉 한기시 라인 중에서도 블루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something blue'를 실현하기도 하고, 결혼식 때 신부가 파란색을 지니면 행복해진다는 속설도 있다. 무엇보다 마놀로 블라닉 구두는 여자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실루엣은 살려주면서도 발이 불편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마놀로 블라닉  한기시(hangisi) 블루, <출처: 마놀로 블라닉>


마놀로 블라닉은 법과 정치를 공부한 스페인 출신의 디자이너이다. 외교관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을 갔고 후에 문학과 건축으로 학과를 변경했다. 본인의 꿈틀거리는 재능을 숨길 수 없었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아트스쿨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마놀로 블라닉의 진로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미우치아 프라다가 떠오른다. 그녀도 예술에 관심이 있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정치학을 공부했다. 전공보다 중요한 건 마음속 뜨거운 열정인 것 같다. 프라다는 포코노 나일론 원단으로 20세기의 잇백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루브르 아트 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한 마놀로 블라닉의 도전은 대단하다.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다른 분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그는 올해 78세의 나이다. 70이 넘는 나이에 패션 아이콘들과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2016년에 베트멍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와 협업해서 허리까지 오는 긴 장화를 만들어 화재가 되기도 했다. 


베트멍과 협약한 사이하이 부츠 <출처: wkorea>, 2016년


70이 넘는 나이에 도전하는 마놀로 블라닉의 모습에서 가브리엘 샤넬의 모습이 겹쳐 지나간다. 그녀는 72세의 나이에 2.55 플랩 백을 만들어서 여성들을 자유롭게 했다. 아직까지 클래식의 정석으로 남아있으며 혼수품으로 빠질 수 없는 가방이 됐다. 30대의 나이에 당시 생소했던 신발 디자인에 도전한 마놀로 블라닉의 구두에 대한 열정도 이에 못지않는다. 


당시 미국 보그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조언을 받아 신발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킬 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 마놀로 블라닉이다. 1974년에는 보그 <VOGUE>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으며 마돈나, 비욘세, 제니퍼 로페즈, 카메론 디아즈 등 할리우드 최고 스타들이 그의 구두를 즐겨 신고 있다.


마놀로 블라닉의 네이비색  펌프스를 신고 있는 메건 마클의 모습들, 2018~2019년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도 공식석상에서 마놀로 블라닉의 펌프스를 신고 등장하는 일이 잦았다. 네이비색의 스웨이드 펌프스는 세련된 패션을 돋보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은 영국 왕실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패션의 아이콘으로서는 여전히 강림하고 있다. 


마놀로 블라닉은 구두 틀 제작, 굽 가공 과정 등 신발을 만드는데 세심한 부분까지 수공예를 고집한다. 그의 구두 스케치만 봐도 예술적이라는 환호가 나온다. 스케치를 기반으로 소재와 색상까지 디테일한 정성을 기울여 명품 구두를 완성한다. 이런 장인정신적인 노력 덕분에 높은 굽에 비해 편안한 신발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출처: 마놀로 블라닉>


마놀로 블라닉은 본인의 슈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구두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면 신발이 비싼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 직접 수공예를 고집하며 만든 완성품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마놀로 블라닉은 영국 왕실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의 애장품으로도 유명하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들도 웨딩슈즈만큼은 '꿈의 구두'라 불리는 마놀로 블라닉을 원한다.


<출처: 마놀로 블라닉>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장식하고 싶은 명품 슈즈. 특별한 날 나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액세서리는 마놀로의 구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채로운 컬러감과 고급스러운 신발의 소재를 더한 섹시한 디자인은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결제까지 하고 나오게 만든다. 마놀로 블라닉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시리스트로 남아 언제나 여심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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