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드(GOYARD)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트렁크 제조사로 시작했고, 트렁크로 유명한 루이비통(Louis Vuitton)보다는 1년이나 앞서 출발한 브랜드다.
여행용 트렁크 전문 공방으로 운영하면서 코코 샤넬, 자크 까르띠에, 카를 라거펠트, 마돈나 등 셀럽('celibrity' 유명인의 줄임)들의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패피들도 고야드의 가방을 데일리 백(daily bag, 매일 드는 가방)으로 사용한다.
고야드는 실용적이고 희소성 있는 제품으로 명품의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를 유지하며 16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고야드 생루이백 <출처: 고야드>
코코 샤넬, 자크 까르띠에 등의 셀럽들은 여행을 떠날 때 고야드의 트렁크를 사용했다. 가볍고 활용성이 좋으면서 스타일리시한 가방으로 패션계 셀럽들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고야드는 유럽의 상류층과 귀족층을 대상으로 여행용 트렁크를 제작하던 전통을 지키면서 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다. 1792년부터 운영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트렁크 제조사, '메종 마르탱'을 프랑수아 고야드가 인수한 것이 고야드 브랜드의 시발점이다. 스승이었던 메종 마르탱의 후계자, 루이 앙리 모렐 부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20대의 나이에 박스·트렁크 제작 공방을 인수하게 됐다.
고야드 여행용 가방 <출처: 고야드>
자신의 이름으로 메종을 운영하기 시작한 고야드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여행 인구가 증가하면서 귀족들이 편하면서도 멋스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 디자인을 고민했고, 옷과 귀중품을 담는데 특화된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어 왕실과 귀족의 여행가방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귀족들이 자신의 물건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트렁크에 이니셜, 가문의 문장을 새겨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마카쥬의 시초다.
마카쥬 된 고야드의 트렁크들 <출처: 고야드>
마카쥬는 가방에 이름 이니셜이나 별, 원, 하트 등의 문양을 고객이 원하는 크기와 컬러로 원하는 위치에 프린팅 해주는 서비스다. 160여 년 전에는 귀족들이 여행 트렁크에 가문의 상징이나 문양을 새겨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냈다면, 요즘은 나만의 차별화된 가방을 갖기 위해 마카쥬를 신청한다.
3주 이상의 긴 작업기간과 모양에 따라 수십~수백만 원까지 비용이 추가되지만 희소성 있는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명품을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면서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기 충분한 서비스다.
고야드 트렁크들 <출처: 고야드>
다양한 컬러감의 제품들과 마카쥬 서비스는 고야드 브랜드만의 특색을 나타낸다. 100% 수공 페인팅 서비스, 마카쥬는 희소성 있는 명품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심지어 고야드는 백화점마다 입점돼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단 4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데, 더 놀라운 건 고야드의 본고장인 파리는 3개의 매장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야드 매장은 세계 35개 미만으로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다. 다른 명품처럼 백화점 어디에나 가도 살 수 있도록 매장 수를 늘릴 수도 있겠지만, 희소성을 중시하는 고야드의 브랜드 정신은 16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고야드 쉐브론 디테일 <출처: 고야드>
고야드 가방의 화려한 컬러감과 마카쥬 등의 특별한 서비스와 더불어 '고야딘 캔버스'는 고야드에서 중요한 소재다. 창립자 프랑수아의 아들, 에드몽 고야드는 메종을 이어받은 후에 방수 기능이 있는 가벼운 트렁크와 가방을 만들기 위해 개발했다. 1892년 리넨과 면을 엮은 천 위에 천연수지를 코팅해서 고야딘 캔버스를 만든 것이다.
당시 리넨으로만 트렁크를 만들던 시절이라, 방수 기능에 내구성까지 갖춘 고야드의 기술은 혁신에 가까웠다. 루이비통의 첫 번째 소프트백, '노에' 가방이 가스통 루이비통에 의해 1932년 세상에 알려진 것과 비교해봐도 고야딘 캔버스는 40년이나 앞서있었다.
고야드 쉐브론 문양이 돋보이는 아르투아백 <출처: 고야드>
고야딘 캔버스에 그려 넣은 특유의 패턴 '고야드 쉐브론'은 이름(GOYARD) 중앙에 위치한 Y자를 형상화 모양이 특징이다. 고야딘 캔버스를 만든 에드몽 고야드는 쉐브론 문양을 통해 가족의 유산을 담아냈는데,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 지방에서 벌목업에 종사하던 고야드 가문의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당시 자른 통나무를 뗏목 형태로 묶어 강에 띄어 운반했는데, 이때 나무를 배열하고 묶은 모양을 점으로 찍어 연결해 만든 패턴이 바로 고야드 쉐브론이다. 쉐브론 문양은 고야드 가방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중 하나로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리넨과 면을 엮을 천 위에 천연수지로 코팅한 고야딘 캔버스를 사용해 만든 가방은 많은 이들의 데일리용 가방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생루이백'은 가볍고 실용적이라 분유가방, 기저귀가방으로 예비 엄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생루이 백은 고야드를 대표하는 가방 중 하나로, 2000년대 후반 '빅백' 트렌드를 타고 '청담동 쇼퍼백'이란 별명을 얻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 처음 입점했는데, 개점 당일 1억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야드 쇼핑백 포장 <출처: ⓒSJourney>
고야드의 가방은 19세기 생산방식과 동일하게 리넨과 면을 혼합한 천연소재로 직조된 천에 수작업의 실크 스크린 방식을 통해 완성된다. 고야드만의 쉐브론 패턴(chevron·V형 무늬)은 강을 가로질러 장작을 배달하던 선조들의 통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시그니처다. 고야딘 캔버스에 새겨진 쉐브론 패턴은 고야드를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자리잡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고야드는 프랑스 파리의 여행용 가방 전문 공방에서 시작해서 세계 유명 인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이제는 MZ세대들이 좋아하는 명품 중 하나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용성과 독창성을 중시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고야드의 고야딘 캔버스는 대체할 수 없는 명품일 것이다. 거기에 본인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마카쥬 페인팅은 정점을 찍었다. 고야드는 전 세계 매장을 35개 내외로 유지하고 있는데, 명품의 중요한 요소인 희소성과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