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 되는 26년 월드컵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

by 원현민준



축구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몇 달 뒤에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된다. 최근에 월드컵 본선 전에 가장 중요한 친선경기를 치렀는데 우리나라 대표팀이 코트디부아르와 오스트리아에 각각 4:0, 1:0으로 패배했다. 축구 이기고 지는 거야 늘 있는 일이지만, 패배에 유독 사람들이 더 열받아하는 이유가 있다. 감독이 홍명보이기 때문이다.


2014년에 조광래 경질, 최강희 임시감독 등 국내 감독들의 불안정한 감독 체제 이후에 축협에 의해 떼밀리 듯 감독이 된 홍명보는, 당연한 결과이지만 1무 2패의 성적으로 16강 진출을 실패한다. 그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야인처럼 살다가 2021년부터 국내 K리그의 울산현대 감독이 되어 22년, 23년 팀을 두 번이나 리그 정상에 올려놓는다.


24년도 우승 감독 타이틀이 가능했는데.... 쓰다 보니 진짜 말도 안 되는 감독이네. 울산 현대 우승 직전에 축협의 부름을 받고 급작스레 국가대표 감독을 맡으면서 팀을 떠난다. 여기서 비극이 시작된다. 해맑던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였지만 아직 월드컵이 1년 이상 남아있는 상황이고, 올림픽이 막 끝난 때라 좋은 감독들이 많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었다. 축협은 제대로 대한민국 감독 뽑고 싶다고 시장에 알렸고, 몇몇 감독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그리스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거스포엣 감독이 그중 하나였다. 그는 몇십 장 분량의 정성스런 ppt로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제출했고, 정말 우리나라 국가대표 감독이 되고 싶어 했다. 지금까지는 어떤 감독 후보도 이런 ppt 제출이 없었다고 했다. 여러 파트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점수평가 체제를 차용했기 때문에 점수공개를 통해 감독이 선출되는 구조여서 기대가 더 컸다고 했다.


그런데 축협에서 갑자기 중대발표를 하게 된다. 홍명보를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발한다고 선언해 버린 거다. 별의별 이유를 대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맞다. 점수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스포엣 감독이 얼마나 열받았을까. 이 감독은 깊은 빡침을 국내 K리그에서 풀어버린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K리그에서 전북 현대의 감독을 맡아, 전시즌 리그 10위였던 팀을 압도적인 우승으로 만들며 25시즌 K리그를 씹어먹어 버린다.


나는 그때 이 과정을 지켜보며 힘들게 구축한 시스템을 지키지 않는 한국적(?) 행태에 분노했었다. 아무리 결과가 좋게 나와도 이 선례가 남으면 다음번에 무슨 수로 좋은 감독을 뽑을 수 있을까. 사실 이런 비정상적인 결정에는 옆나라 일본에 대한 시기심이 한몫을 했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일찌감치 국대감독으로 뽑아 8년 동안 안정적으로 일본 축구 국가 대표팀을 완성했다. 하지메 감독은 같은 기간 치러진 본선직전 친선경기에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를 각각 1:0으로 꺾었다.


아무리 부러워도 그렇지, 요즘 세상에 반드시 한국 출신 국가대표 감독이어야 한다는 쌍팔년도 사고방식이 말이 되나 싶다. 축협이 그렇게 일본 부러웠으면 우리도 홍명보 감독을 일찍 뽑고 8년을 믿고 기다리던지. 포엣 감독의 전북현대 우승을 보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국 축구를 잘 이해하고 선수를 잘 활용하는 감독이 이번 월드컵 국대 감독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2014년에 홍명보는 월드컵 복귀길에 공항에서 엿세례를 받았었다. 올해도 거의 확실하다. 축구는 감독놀음이니까 말이다. 깔끔하게 본선 경기 3패 하고, 예외가 시스템을 초월하는 비상식적인 과정이 다시는 축구에서, 우리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리어 상 월드컵 출전 마지막 기회일 손흥민에게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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