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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작 Aug 31. 2017

01. 꽃게

아이에게 야단을 치고 난 후

        

아이에게 야단을 치고 나면 가끔 꽃게 생각이 난다.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한테는 왜 똑바로 걷지 못하냐며 나무라는 어미 꽃게의 우화 말이다. 아이는 정말 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 같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좀 더 조심하려 노력한다. 부부싸움 후에 아직도 속은 부글거리지만 아이 앞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소파에 드러누워 책을 읽다가도 아이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자세를 바로 하곤 한다.

        

물론 생활습관만은 아니다. 삶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 지금은 어려서 알 수 없겠지만 녀석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문득문득 부모, 특히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릴 거다. 그때 나는 어떤 아버지로 기억될 것인가. 아버지의 어떤 면을 녀석은 닮고 싶어 할까. 그리고, 나의 어떤 모습을 녀석은 꼴도 보기 싫어할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흐리멍덩 살다가도 번뜩 정신이 차려지게 된다. 새삼, 내 인생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나.


2016년 여수여행 때. 녀석을 야단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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