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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작 Jan 10. 2024

산타모니카 비치

캘리포니아 비치는 아름답다. 특히 해 질 무렵,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 내는 색감의 향연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럴 때면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거나 붉게 물든 요트 위에서 칵테일잔을 기울이는, 그런 풍경을 나는 상상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캘리포니아 비치는 서민적이다. 산타모니카 비치는 더욱 그렇다. 유명 레스토랑에 줄지어 서있는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이나 어깨동무를 한 연인, 그리고 지친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이다.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는 해를 바라보곤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 '여행지' 산타모니카 비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머릿속에서 생각해 내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 부풀려지고 미화된다. 본질로부터 돌아앉아 멋대로 상상해 내는 동굴 속 그림자처럼, 우린 그저 자신만의 해석으로 바라볼 뿐이다. 만약 실제와 상상사이의 괴리에 실망을 느껴야 한다면, 그것은 그 대상이 아니라 제멋대로 환상을 키워온 우리 자신 때문이다.  

     

이 사진은 산타모니카 비치를 거닐다 찍었다. 정사각형 포맷의 중형 필름카메라로 유리창에 비친 풍경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처음 내가 발견한 것은 노란 의자였다. 텅 빈 공간 속 그 의자 위로 드라마틱한 하늘과 사람들의 반영이 채워지고 있었다. 아직 불도 밝히지 않은 꼬마전구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인 양 천정에 박혀있다. 다시 또 '환상'을 연출하려는 세트장 같았다.


창틀을 일부러 기울여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 집어넣었다. 이건 반사된 허구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직 노란 의자만이 내가 보는 현실이라고 말이다. 그저 평범한 의자일 뿐이라고. 산타모니카 비치에는 오늘도 또 다른 하루가 질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또 다른 환상이 쌓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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