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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공부 Apr 11. 2024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

-지나친 사랑은 아이를 무능하게 만들기도 해요-

“쟈니~~~”

나는 수업시간에 조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아이들을 졸게 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도 크다. 그래서 아이들이 깨어있을 수 있도록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는 아이들을 발견하면 개그맨처럼 “쟈니 윤(아이의 성에 따라) 죠니 박 ”이런 식으로 불러주면 아이들이 씨~익 웃으면서 일어난다.


수업시간에 깨어있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무리 좋은 영화 유명한 영화라도 졸고 나서 그 영화의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다. 더구나 영화보다 더 어려운 공부시간은 말할 것도 없으니 졸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반 ㅇㅇ이는 외모에 엄청 신경을 쓰는 아이였다.

큰 눈을 부릅뜨고 쌍꺼풀테이프를 부치는 일이 학교에 와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그렇게 예쁘게 붙인 쌍꺼풀을 보여줄 틈도 없이 대부분 엎드려서 공주처럼 베개를 베고 자는 게 일상이었다.


우리 반은 3월 한 달 내내  반강제적으로 자율학습을 9시까지 시켰다. 이유는 공부도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제적으로라도 9시까지 남아 두 시간 정도 자기 스스로 책을 보는 습관을 잡아주고 나면  4월 이후에도  학교에 남아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대부분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게 된다. 물론 학부모들의 동의를 다 받아냈다.

우리 학교를 뺑 둘러싸고 사면이 다 아파트 단지였다.

조회를 하면 아이들이 운동장에 오래 서있어서 힘들게 왜 그렇게 교장 훈화가 기냐, 밤새 근무하고 와서 피곤해서 자는데 애국가 소리에 잠이 깼다 등등 별의별 민원이 쏟아지는 학교였다.

그중 ㅇㅇ이는 교실에서 큰소리를 치면 다 들릴 정도의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애교로 2분씩 5분씩 매일 지각을 했다.

“ㅇㅇ아  집이 너무 멀면 학교로 이사 가자고 해”라고 하면 자기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의욕이 없었지만 외모 가꾸는 일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바지런했다.

그런데 9시에 자율학습이 끝나고 우연히 교문지도를 하다 차를 가지고 아이를 데리러 온 엄마를 발견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덴데.... 왜 오셨어요?” 엄마는 몹시 멋쩍어하며

“교문 앞에 바로 차를 대고 기다리라 해서....”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딸이라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 게 문제였다.

그냥 말만 하면 다 되는데 굳이 자기가 무언가를 해서 얻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 등교지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힘들까 봐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도 데려다주는 부모가 많다.

왕복 30분 내의 거리는 일부러라도 걷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나 오가는 길에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수업시간에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시험 범위나 수행평가에 대한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다른 반이면 우리 반과 다르게 배운 것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 시간에도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자기가 알아야 할 정보들을 잘 캐치한다.


사람들은 모임을 통해 그냥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그 와중에 한 가지 정도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하다못해 친구들과 수다 떨다 OO냉면이 진짜 맛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나도 즉시 주문해 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렇듯 아이들도 등하굣길은 가급적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햇빛을 받으며 걸을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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