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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ㅈ Nov 22. 2023

오래된 빌라 셀프 인테리어 (1)

오래된 빌라를 매입하다

30살이 되던 해 5월, 혼자 살 집을 구해 독립을 하였습니다.


독립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살던 저는 서울로 출퇴근하기에 회사가 너무 멀었고, 제가 갖고 있었던 그 당시 가치관으론 30살이 넘어서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것(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에, 24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30살이 되면 무조건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독립에 가장 많이 영향을 준 부분은 나만의 공간이 너무 필요했던 저에게, 그 무렵 회사에서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히 눈여겨 보던 셀프인테리어에 아주 능한 몇몇 블로거 글이었는데, 그 글들을 매일같이 보면서 '아, 나도 해보고 싶다,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저의 마음에 독립에 대한 불을 지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다니던 회사는 서초구에 있었는데, 근처에 집을 얻기엔 전세도 월세도 너무 비쌌기에 지하철을 타더라도 서초구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다소 저렴한 신림역과 그 외 근교 지역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월세는 급여 중 월에 지출되는 고정비가 너무 클 듯하여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더라도 전세로 집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두세달을 퇴근 후나 주말 틈틈히 집을 보러다니면서 고려한 부분은 세가지인데 1. 전세금이 내가 모은돈과 내가 갚아나갈 수 있을 정도의 대출금 안에서 구해야 했고, 2. 너무 전형적인 새집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는 피하고 싶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적당히 낡았지만 너무 낡지 않은 내 손으로 손수 고치면 안락해질 수 있을 만한 공간이었으면 했습니다. 언덕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새인테리어 느낌의 집들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혹여나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예산을 초과하였습니다. 모은 돈이 많지 않아서인지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건 너무 힘들었고 아직 시기상조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집을 찾는데 점점 지쳐가던 중 부모님 집과 멀지 않은 곳을 차로 지나가는데 우연히 너무나 예쁘고 평화로운 호수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주변으로 오래된 그리고 새로 생긴 빌라들이 즐비해 있고 작은 카페, 식당들이 호수 가까이 있는데, 회사는 멀지만 그래도 '살고 싶은 동네다'라는 느낌에 첫눈에 반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회사에 출근을 해서 내내 그 호숫가 동네의 풍경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며칠을 고민한 나머지 '서울에 독립하기'는 포기하자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네 주변으로 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로 출퇴근은 다시 멀어졌지만 마을버스로 2-3정거장 떨어진 위치에 몇 해 전 새로 생긴 지하철 라인이 들어서 있어 판교역까지 2정거장, 또 거기서 회사가 위치한 역까지도 3-4정거장이면 출근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원하던 서울 집은 아니었지만 부모님댁에서 출근하는 것보다는 출퇴근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몇몇 부동산을 통해 빌라 몇군데를 둘러보았습니다. 그 중 호수 바로 앞 25년 정도된 오래된 빌라 단지의 한 집이 매매로 매물이 나와 있었는데 전세가 아닌 매매이지만 오래된 집이어서인지 다른집 전세보다 훨씬 저렴한 매매금액에 예산에 크게 초과되지는 않아 둘러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총 5층 건물에 1층은 필로티 주차장이었고 매물로 나와있던 집은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빌라 계단을 올라가면서 '아, 여긴 오르내리기에 계단이 너무 많다' 싶어 집을 보기도 전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하였던 것 같아요.


그 집은 아이가 있는 젊은 신혼부부가 세를 들어 살던 곳이어서 많은 짐과 어수선히 흐트러져 있던 장난감들, 하얀색 낡은 시트지가 붙은 문과 싱크대, 다소 촌스러운 무늬의 욕실 바닥타일 등 때문에 처음엔 집 내부가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예스러운 느낌의 나무 마룻바닥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 정도의 집이면 살면서 손수 고쳐볼 수 있겠다'하는 어디서 나온지 모르겠을 이상한 용기가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호숫가 앞 오래된 빌라를 매매하기로 결정하였고, 전 30살(만 28살)이 되던 해 5월 독립을 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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