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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ㅅㅈ Nov 29. 2023

오래된 빌라 셀프 인테리어 (2)

난생 처음, 셀프 인테리어를 하다

호숫가 앞 빌라로 이사를 결정하고 그렇게 저는 제 이름으로 된 첫번째 집을 갖게 되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삿날 전까지 그 집에 제가 직접 뭘 할 수 있을지, 어떤걸 철거하고, 교체할 건지, 구매해야 할 가구 및 집기 리스트 등 제가 가진 예산에 맞춰 인테리어 계획을 짰습니다. 그렇게 매매일이 다가오고, 매매일 당일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이전도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 셀프로 등기를 맞쳤습니다.  최대한 비용을 절약해 인테리어를 위한 예산을 조금이라도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집은 15평 정도 되는 면적에 작은 방이 세개로 나뉘어져 있었고, 작은 화장실 하나, 작은 부엌과 거실, 베란다 두개가 하나는 거실 옆, 또 하나는 가장 작은 방 옆에 있는 구조였어요.





매매일 당일 이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짐은 옷가지와 책이 전부였고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있었던 터라, 이사는 언제든 할 수 있었기에 인테리어를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이사를 해야지 싶었습니다. 그렇게 아껴놨던 여름 휴가를 사용하여 주말을 포함하여 총 9일동안 인테리어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벽지는 동네 도배집에서 비용을 써서 교체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폭이 좁은 종이벽지를 선택했습니다. 집이 조금이라도 넓어 보였으면 해서 패턴이 없는 깔끔한 화이트 계열의 색상을 선택했습니다. 집이 넓지 않아 60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하루만에 마무리 되었던 거 같아요.


거실에 깔려져 있었던 오래된 나무 마루바닥은 너무 맘에 들어 그대로 유지해야지 싶었습니다. 부분부분 물이 닿아 깨져 있거나 상한 부분은 칼로 반듯이 잘라내 색상과 패턴이 최대한 비슷한 느낌이 나는 데코타일을 낱장으로 구매해 보수하였습니다. 


셀프인테리어 블로거의 글을 보며 독립을 하면 꼭 해봐야지 싶었던 게 있었는데, 카페처럼 상업 공간같은 분위기가 나도록 바닥을 검정색으로 페인팅하는 것이었어요. 블로그엔 바닥에 사용한 페인트 제품이나 시공 순서까지 친절히 설명이 되어있어서 그대로 따라하면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개의 방은 바닥에 모두 장판이 깔려져 있었는데 먼저 장판은 모두 걷어냈습니다. 시멘트 바닥이 고르지 못하거나 장판 본드가 남아 있는 부분은 갈아내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 후 던에드워드 제품의 수성에폭시를 구매하여 프라이머-바닥페인트-코팅제 순으로 시간을 두고 여러번 발라주었습니다. 


싱크대와 싱크대와 연결되어 있는 장식장엔 오래된 시트지가 붙어있었는데 싱크대 교체는 비용이 많이 들어 화이트 톤의 수성페인트로 페인팅을 하고 손잡이만 바꿔 달아 주었습니다. 싱크대와 장식장의 문을 모두 떼어 젯소-수성페인트-바니시 순으로 여러번 말리고 칠하고를 반복했습니다. 싱크대에 붙어 있던 타일도 화이트 톤의 타일 페인트를 구매하여 발라주었어요. 싱크대 수납이 부족할 듯 하여 재단된 목재를 주문하여 스텐인만 칠한 후 선반을 만들어 달아주었습니다.


생활하면서 매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화장실은 정말 쾌적하고 사용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끔  만들고 싶었습니다. 화장실은 샤워기-세면대-변기가 일자로 배치되어 있는 구조였고, 오래된 느낌의 누렇게 색이 바랜 변기 쪽까지 닿아 있는 길다란 세면대 선반이 있었는데, 이것만 철거하고 교체해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겠다 싶었습니다. 세면대 하수구가 바닥쪽으로 노출되어 있었지만, 파이프가 노출되더라도 심플한 세면대를 설치하고 싶어 벽형 세면대를 구매해 기사분께 설치비만 내고 설치하였습니다. 샤워기 아래 바닥쪽에 달려 있었던 수도꼭지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 기사분께 잘라내 달라고 요청드리고 샤워기 걸이만 새로 달아주었어요. 변기는 손잡이가 조금 녹슨것 빼고는 괜찮아 그냥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변기 위 달려있던 오래된 느낌의 촌스러운 수납장은 떼어내고 부엌과 같은 목재를 주문하여 스테인만 발라 달아주었습니다. 옆으로 길게 붙어져 있던 욕실 거울도 제거하고 테두리가 없는 심플한 거울을 구매하여 다시 달아주었어요. 화장실 바닥 타일은 패턴이 있는 타일이었는데 회색 계열의 심플한 타일로 덧방하였습니다. 구배가 이미 맞춰져 있어 그냥 타일 시멘트만 발라 깔고 메지만 넣으면 될 줄 알았는데, 타일 컷팅이 이렇게 힘든 줄 셀프로 시공하면서 알았습니다. 도저히 안돼 동네 장비 대여점에서 컷팅기까지 빌려 왔던 것 같아요. 벽은 주방에 칠했던 타일 페인트로 발라주었어요. 


매일 출근하듯 새벽에 나와 또 밤늦게까지 혼자 시공을 하고 아직 해야할 건 많은데, 벌써 9일이 지나고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9일 동안 공사하며 체력의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회사 책상에 앉아 셀프인테리어 글로만 읽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힘듦이었던 것 같아요. 


집엔 현관문과 중문을 포함하여 문이 총 6개가 있었는데 싱크대와 같은 오래된 시트지가 붙어 있었어요. 바닥과 비슷한 색상으로 칠해야지 싶어 블랙 계열의 수성페인트를 구매하여 이사 전에도 퇴근 후에 빌라로 달려와 열심히 칠해주었습니다. 젯소-페인트-바니시까지 여러번 시간을 두고 칠해주었어요.  


문을 반쯤 정도 칠한 무렵 주말 이사를 했었던 것 같아요. 나머지 문은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틈틈히 발라주었습니다. 베란다 벽도 곰팡이에 강한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구매해 열심히 발라주었습니다. 그렇게 몇주를 퇴근 후에도 공사를 이어갔던 것 같아요. 문 손잡이는 빈티지한 느낌의 손잡이로 모두 교체했습니다. 현관 바닥도 화장실과 동일한 타일로 깔아주었어요.


직접 가서 볼 시간이 없어 회사에서 짬이 날때마다 틈틈히 쇼파와 침대 같이 바로 필요한 가구들은 후기가 좋은 것들로 온라인으로 구매했습니다. 수납장과 작은 가구, 커텐과 이불커버 같은 패브릭 제품, 주방과 욕실 집기들은 주말에 이케아에 가서 직접 보고 한번에 구매했어요.


오래된 빌라였고, 세입자가 살던 곳이라 청소를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입주 청소는 비용이 들어 맡기지는 못하였습니다. 창문과 가스 렌지 후드는 직접 뜯어 물청소를 하고 싱크대와 베란다 곰팡이 생긴 벽까지 세재를 사용하여 구석구석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저 혼자였지만 사실 이사까지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5층까지 감사하게도 운반비 없이 자재를 옮겨주신 타일 사장님, 세면대 설치기사님, 가구 옮기는데 도움을 주신 도배집 사장님, 처음 인테리어를 하는데 시공법과 가구 및 자재 출처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시고 많은 영감을 주신 셀프 인테리어 블로거님들.


그렇게 저는 이사를 했고 집은 살면서 조금씩 또 조금씩 돌보고 가꾸며 완성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의 첫번째 집을 인테리어하면서 집은 한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집주인의 취향이 더해지면서 완성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큰 인테리어 공사 없이도 아마추어가 해도 완벽도가 비교적 높은 페인트 작업이나, 간단한 손잡이나 조명 교체, 커텐과 침구, 가구 등으로도 충분히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5년을 호숫가 빌라에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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