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하고 나니, 삼시세끼 챙기는 것이 일이 되었다.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아침 먹고 나면 점심 뭐 먹을지 생각하고,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고, 이러다 보면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다행히 엄마 집이 가까워서 종종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곤 한다.
휴직하고 느끼는 신기한 것 중에 하나가, 엄마표 밥상이 그렇게도 맛있다는 것이다. 정말 신기했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 밥이 맛있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고시촌에 들어가서 공부할 때도 주변에서 엄마 밥이 그리워 힘들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나는 엄마한테 감사했다. 엄마가 해준 밥 중에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집밥이 그립지 않았고, 나는 고시식당 밥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서운해하셨는데, 결혼하기 전까지는 엄마의 서운함이 잘 와닿지 않았다. 막상 결혼해서 밥해먹고 살다보니 남편이 맛있게 먹으면 행복하고, 어떤 요리가 생각나니 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엄마 미안해!)
그런데 요즘 가끔 엄마 집에 들러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반찬이 호화로운 것도 아니고 예전에 비해 음식 맛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그럴까?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여행 가서 밥을 먹으면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남이 차려준 밥이 제일 맛있어!" 그때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남이 차려준 밥이 제일 맛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예전에 엄마가 그냥 재미로, 지나가는 말로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그 말은 정말 진심이었을 것이다.
내가 밥을 차리면 요리하는 내내 음식의 맛도 보고 냄새도 맡는다. 그러다가 막상 먹을 때가 되면 음식이 물린다. 하지만 남이 차려준 밥상은 처음 접하는 맛과 냄새 덕에 더욱 맛이 있다. 엄마가 밥 먹으러 집에 오라고 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언젠가 엄마를 위한 밥상을 차려봐야겠다. 내가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소소한 음식도 엄마는 분명히 맛있게 드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