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갑자기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집이냐고 물었다. 갤럭시 핏(시계) 충전기를 무료나눔하려고 당근에 올렸는데 나눔 받기로 한 분이 지금 집으로 받으러 올 수 있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에 가서 충전기를 전달해달라는 전화였다.
나는 좀 이해가 안 됐다. 중고로 파는 것도 아니고 굳이 시간 내서 무료나눔을 왜 하는 걸까? 물론 물건이야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좋다. 하지만 굳이 내 시간 들여 약속을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무료나눔을 하는 걸까?
그렇게 의문을 품으면서 충전기를 집어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나눔 받으시는 분은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셨다. 아들이 갤럭시 핏(시계)을 사줬는데 충전기만 잊어버려서 난감했는데, 무료나눔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신다. 아주머니께서는 줄게 있는지 찾아본다고 하시면서 타고 온 차 트렁크를 여셨다.
주말농장을 한 지 13년 되었는데 오늘 딴 고추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하시면서 직접 재배한 홍고추와 풋고추가 담긴 자그마한 쇼핑백을 내미셨다. 감사하게 들고 집에 들어가려던 찰나 아주머니께서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걸 어떻게 먹냐면 말이죠. 홍고추 풋고추랑 파, 마늘을 잘게 다져서 고춧가루, 간장, 깨소금, 들기름을 넣고 소스를 만들어 두면 뭐랑 먹어도 맛있어요. 가지나 애호박을 구워서 소스로 얹어 먹으면 이보다 맛있을 수 없어요." 하면서 직접 요리한 사진을 보여주셨다.
나는 안 그래도 요즘 휴직을 해서 삼시세끼 만들어 먹어서 뭐해먹고살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뜸 아주머니께서는 한 달에 한두 번하는 요리 클래스 4개를 다닌다고 하신다. 한 번에 3만 원인데 맛있는 음식을 해서 집에 가져와 끼니도 때우고 나중에 요리할 때 써먹기도 좋다고 요리 클래스를 추천하셨다.
주말농장에 요리 클래스에 이것저것 모임까지 활기차게 살아가는 아주머니를 보니, 휴직하고 시간과 힘이 넘쳐나는 내가 너무 나태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10분여간 이어지다가 나의 "제가 왕언니로 모실게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남편의 무료나눔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태여 무료나눔을 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 대신 나간 무료나눔에서 소중한 농작물을 얻었고 새로운 인연을 얻었다. 무료나눔하는 사람의 배려는 상대방의 선한 마음을 불러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