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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09. 2022

평일 모임, 직장인 vs 휴직자

 내가 휴직을 하고 보니 평일 점심시간에 누군가를 만나는 게 좋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시간은 많으니 친한 친구들, 동기들과 여유로운 점심을 즐기는 게 좋다. 그래서 꾸준히 다양한 지인들과 점심 모임을 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인들과 만날 때는, 내가 회사 근처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는다. 휴직자들과 만날 때는 서로의 집 중간, 그 어디쯤으로 약속 장소를 정한다. 웬만하면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으로.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을 만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어느 부분이 이슈가 되고 있고 본인은 어떤 부분을 맡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이러한 일들을 해야 한다는 말이 주류를 이룬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현명한 리스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휴직한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삶의 이슈를 알 수 있다. 지금 어떤 이유로 휴직을 했고 그 일은 어떻게 진행 중이며 취미로는 어떤 것을 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가 주제가 된다. 각자 경험을 더듬어가며 신나게 삶에 대해 얘기하고 대화 속에서 새롭게 해 볼만한 무언가를 얻어간다.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을 만날 때는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론부터 압축적으로 빠르게 이야기해야 한다. 멍 때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다 보면 점심시간이 후딱 지나가 정작 할 말은 못 하고 온다.


 직장 주변 식당은 점심시간에 회사원들로 가득 차고 대부분이 일 얘기를 하며 바삐 식사를 한다. 우리도 분위기에 동승하여 식사를 하곤 한다. 회사에 다니는 지인을 만나면 식사 후에 나도 같이 회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휴직한 지인과는 되도록 각자의 회사에서 먼 곳에서 만난다. 회사 근처에서의 식사는 휴식에 방해가 되니까. 휴식처가 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 여유로운 공간을 찾아간다.


 휴직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유학휴직, 육아휴직, 질병휴직 등 각자의 이유로 휴직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휴직한 지인들과의 시간은 여유롭다. 천천히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지금 삶의 중심이 되는 얘기를 한다. 헤어질 때가 되면 역세권에 나온 김에 미뤄뒀던 일들을 해치운다. 주로 서점 가기, 미용실 가기, 맛있는 디저트 사기 등등이다.



 직장인을 만날 때나 휴직자를 만날 때나 나는 항상 새로운 것 하나는 알아가려고 노력한다.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말이다. 그리고 추진력 갑인 나는 즉시 하나하나 적용해본다. 일단 해보고, 별로면 그만두면 된다. '일단 해보자'가 내 삶의 개똥철학이다. 그러다 보니 삶이 풍요로워지고 친구들은 이런 나와의 만남을 신선해한다.


 나는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많고 말할 거리도 많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내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말 많은 친구라도 만나면 서로 경쟁하듯 말을 해서 조금의 쉼도 없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현명한 리스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자신이 대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기에 늘 리스너가 부족하다. 그런데 내가 리스너가 되면 새로움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 수 있다.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이지.


 오늘도 나는 현명한 리스너가 되기 위해 말하고 싶은 것을 조금은 참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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