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안 가면 해보고 싶은 일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평일에 하기'다. 회사 다닐 때는 평일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고 싶다. 평일 낮에 카페에 가고, 평일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고, 강연을 들으러 가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취미활동을 하러 다니고 등등을 사람들이 적어 여유로운 평일에 하고 싶다.
그리고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다. 연수원 시절에는 동기들과 영원할 것 같았는데,흩어지고5년이 지나니 경조사 아니면 얼굴 보기가 힘들다. 내가 수도권에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세종시에 근무하는 동기들도 이제 각자 살기에 바빠 거의 못 본다고 한다.
그동안 일에 치여, 주말 휴식에 치여 미뤄왔던 동기들과의 오랜 친구들과의 가족과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다. 평일에 회사에 찾아가서 점심을 같이 먹기도 하고, 날을 맞춰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가까운 곳에 놀러 가기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 세 번째는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동안 배달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이라고는 걷기와 숨쉬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음식도 집에서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먹고 운동다운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니까.
하고 싶은 일 네 번째는 유럽 배낭여행이다. 대학생 때는 굳이 오랜 기간 여행을 갈 필요가 있나 했는데, 막상 회사에 오니 시간 내기가 힘들다. 젊을 때는 돈이 없고 나이 먹으면 시간이 없다는 말이 와닿는다. 한 달 배낭여행까진 힘들더라도 외국의 이국적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 그런데 질병 휴직자는 질병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면 해외에 갈 수 없다고 한다. 별수 없이 해외여행은 다음을 기약하고 국내여행에 만족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싶다. 동기부여를 위해 브런치 작가도 신청했다. 다른 작가의 글도 보고 소통하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공무원 공부를 시작한 후부터 보는 책은 수험서였고 쓰는 글은 답안지였다. 회사에 들어간 후에는 각종 자료 읽기와 보고서 작성에 지쳐 정작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 내가 좋아하던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이제 내가 스스로 하루를 온전히 꾸려나가야 한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는 생소한 경험을 해야 한다.
직장인은 일상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살아간다. 어쩌면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회사에 의존해왔던 내가 회사 없이 시간을 채워나갈 수 있을까?